금융지주사 CEO 잇달아 "비은행 M&A로 경쟁력 강화 "...내년 인수경쟁 '후끈'
금융지주사 CEO 잇달아 "비은행 M&A로 경쟁력 강화 "...내년 인수경쟁 '후끈'
  • 승인 2017.12.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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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지주 "취약부문 M&A로 보강"
▲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ㅣ사진=비즈트리뷴DB
 
[비즈트리뷴]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와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수합병(M&A)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랜기간 정체기에 놓여있는 수익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사들은 최근 취임했거나 연임한 CEO를 필두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까지 넘나드는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우선, 곧 취임하는 손태승 행장 내정자 주도로 우리은행은 국내 금융회사 중 최초로 인도 금융회사를 인수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첫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이번 인도 금융사 인수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펼쳐질 금융사 인수합병 대전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올 초부터 당시 글로벌부문장이던 손 내정자 지휘 아래 인도 여신전문회사 인수와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번 인수 대상 금융사는 인도의 소액대출(마이크로파이낸스) 전문업체로 우리은행은 이 금융사를 통해 인도 현지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 KB금융-신한금융 끝나지 않은 리딩뱅크戰...차별화된 M&A가 관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여전히 진행 중인 리딩뱅크 자리에 대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달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지은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주사 내 취약부문에 대한 보강 의지를 보이며 생명보험사 인수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윤 회장은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보험을 포함해 금융 쪽에서 글로벌이든 국내든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에 나오면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전부터 인수합병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실적부분 큰 성과를 거뒀다. KB금융은 지난해 인수한 현대증권(현 KB증권)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의 실적 호재로 신한지주를 밀어내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에 맞서 신한금융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대형 M&A를 통해 금융시장 내 차별적 성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역시 최근 그룹 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한금융은 2006년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인 LG카드를 인수하며 단숨에 국내 최대 금융지주로 올라섰지만, 이후 손꼽히는 인수 건은 없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KB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권과 손해보험 업종에서 보강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관련 시장의 매물들에 대한 신한금융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행보가 예상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 CEO들의 발언으로 증권·보험사 등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매물에 대한 결정 전에 먼저 그룹 내 보강할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한 후 차별화된 인수합병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금융지주사 성장전략...비은행 M&A 강화

KB금융지주 및 신한금융 등 주요 금융사들은 잇따라 2018년 경영전략을 내놓으며 그룹 내 취약 부문을 보강하고 성장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수합병 의지를 드러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각각 이달 8일과 12일 이사회 보고를 통해 '2020년 리딩 금융그룹 도약' 의지를 드러내며 미래 지향적 포트폴리오를 위한 구상을 밝혔다.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에 민감하지 않고 은행 예대마진에 덜 의존하기 위해 금융지주사들은 국내외를 아우르는 비은행 인수합병을 더욱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 KB금융는 최근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며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들어온 금액이 다시 인수합병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이어 제기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겠다”며 인수합병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현해온 만큼 내년 신한금융 역시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또 하나금융지주도 내년 경영목표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제시하며 전체 순이익에 하나은행이 95% 차지하고 있는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부문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나금융은 올해 진행된 비은행 강화 전략수립 컨설팅의 결과에 따라 증권·카드·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며 기회가 생긴다면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영위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사업 분야도 그룹의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현재 추진 중인 M&A을 통한 덩치키우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행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이끌어갈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내년 금융사들의 치열한 인수경쟁이 예상되지만, 적지 않은 자금이 움직이는 특성상, 인수 업종이나 가격 등에 대한 최종 결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민경 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