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사태, 향후 유가-달러화 전망은?
예루살렘 사태, 향후 유가-달러화 전망은?
  • 승인 2017.12.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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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루살렘 ㅣ프레스엔터프라이즈
 
인구 85만명 도시 예루살렘은 3대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성지다. 역사적 상징성 때문에 오랜 기간 중동 분쟁 지역이었다.

이스라엘은 1967년부터 예루살렘을 점유하고 수도로 선포했지만 분쟁 발생을 우려하는 국제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도시다.

12월 6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소재 이슬람 국가들이 즉각 반발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U(유럽연합) 5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도 긴급 공동 성명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예루살렘 사태는 전세계 문제로 확산 중이다. 트럼프 발표 직후 12월 7일 국제 유가는 1.3% 상승했다.

중동 분쟁이 금융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국제 유가다.

산유국이 밀집한 중동 분쟁은 과거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번은 다르다. 예루살렘 사태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가자지구) 지역은 직접적 원유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원유 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사태는 유가보다는 장기 달러화 가치에 영향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충돌은 3가지 시나리오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소규모 충돌이다. 가능성이 가장 높다.

둘째 레바논 헤즈볼라 등 무장 단체와 확전이다.

셋째 이집트, 이란 등 아랍 국가와의 전면전이다. 5차 중동 전쟁이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국력 차와 미국의 지지로 분쟁이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2000년 이후 다섯 차례 있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지전 전후 국제 유가(WTI기준) 상승률 평균은 4~6% 내외다. 2006년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확전 당시 유가 상승률은 10% 내외다. 국가 단위 전면전은 1970년대 이후 발생하지 않았다. 확전 가능성이 낮은 만큼 국제 유가가 단기적으로 60달러대 상방 안착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예루살렘 사태는 국제 유가보다 미국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분쟁지역에서 평화 협상을 주도해온 경찰 국가 미국이 이스라엘 입장을 일방적으로 들면서 중재자로서 지위가 퇴색됐다. 즉각 아랍 국가들은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단절했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 약화를 의미한다.

미국이 중동에서 잃어버린 소프트 파워가 EU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결정을 반대했던 EU 국가들이 중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총리는 내방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예루살렘 문제에 관해 설전을 벌였다. 외신은 프랑스가 ‘서방 중재자’ 자리를 굳혔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시리아 난민 사태로 보여준 리더십을 예루살렘 중재로 공고히 하려 한다. 미국 외교 리더십 약화는 장기적으로 기축 통화인 달러화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달러화 가치 기반 약화...기축 통화 지위 약화


기축 통화인 달러화 가치의 기반은 크게 세 가지다. 미국이 지닌 경제력, 군사력, 외교력이다. 달러화는 100년 넘게 기축 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첫째 미국 경제 비중이 하락 추세다. 1985년 세계 GDP(국내총생산)에서 35.0%를 차지하던 미국 비중은 2016년 24.7%로 하락했다.

2000년대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국 경제 성장률이 미국에 앞섰던 결과다. IMF(국제통화기금)는 2022년 미국 GDP 비중이 22.8%로 추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중장기 달러 약세 요인이다.

둘째 미국 국무부(US Department of State) 예산 비중 하락이다. 외교력 약화를 의미한다. 국무부 예산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빠르게 감소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 증액을 위해 2018년 국무부와 USAID(국제개발처) 예산을 전년 대비 31.5% 삭감했다. 1961년 이후 지속된 미국 개발 원조 정책 후퇴를 의미한다.

미국은 막대한 쌍둥이 적자에도 달러화 기축 통화 지위를 이용해 발권력을 유지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장기적으로 달러화 위상을 약화시킨다. 소탐대실이다.

예루살렘 사태는 미국이 달러화 패권을 잃어가는 상징적 장면이다. 기축 통화 기한이 역사적으로 항상 100년 내외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2005년 홍콩 통화청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2011년 JP Morgan이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기축 통화 지위는 80~110년 유지된다. 달러화가 패권을 쥔 지 103년이 지났다. 역사는 반복된다. 지난 600년간 패턴에서 보면 향후 몇 년 안에 달러화 지위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투자 노동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