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사 지배구조 재차 지적 "현직 CEO '셀프연임' 막아야"
최종구, 금융사 지배구조 재차 지적 "현직 CEO '셀프연임' 막아야"
  • 승인 2017.12.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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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금융위원장
 
[비즈트리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주요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 승계 과정에 거듭 문제를 제기해 주목된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주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대주주가 없다 보니 너무 현직이 자기가 계속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에 이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허술하다는 것을 재차 지적하며 현 CEO의 현역 프리미엄이 연임에 막강한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최 위원장 "특정인 겨냥 의도 없어"...금융사 "현 절차상 문제될 소지 없어"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특정한 대주주가 없기 때문에 해당 CEO가 본인의 연임에까지 큰 영향력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금융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연임한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과 3연임 도전이 예상되는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최 위원장이 전직 금융권 고위 인사나 정권 수뇌부의 뜻에 따라 의도적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최 위원장은  "특정인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는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최 위원장은 "내 발언에 어떤 배경이 있지 않으냐는 식으로 몰고 가는 건 문제가 있다"며 "현재 이런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가 말한 배경"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융당국의 잇단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은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상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사들은 현재 엄밀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사 인선을 앞둔 가운데 당국의 갑작스러운 이러한 움직임이 지배구조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명분으로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금융지주 혁신단 출범...'셀프연임' 집중 점검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지주사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전면적으로 점검할 것임을 밝혔다.

경영권 승계프로그램 등 금융사들이 CEO 선임·연임 과정이 관련 법령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면밀히 살핀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추진을 전담하는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11일부터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은 국장급 간부가 단장을 맡아 3년간 운영하며 통합감독 정책을 맡는 감독제도팀과 지배구조 투명성·제도 개선을 담당하는 지배구조팀으로 구성된다.

혁신단은 내년 초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공개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통합감독 대상 금융그룹을 확정할 방침이다. 통합감독체계는 내년 하반기 중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금융권 노조와 시민단체가 지적해 온 ‘셀프연임’이 주요한 실태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며 2기 경영체제 들어섰지만 사측의 연임여부 찬반 설문조사 개입 의혹으로 본점 압수수색까지 받으며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내년 3월 임기 만료로 3연임에 도전할 계획이지만 노조와의 마찰이 상당한 상태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회장직에 오른 데 이어 2015년 연임에 성공했으며 내년 3월 다시 회장직에 도전할 예정이지만 역시 ‘셀프 연임’ 의혹이 짙다.

최 위원장은 이같이 '셀프연임'으로 말들이 많은 금융지주사에 대해 인사개입 의도가 없다며 일련의 의혹들을 일축하고 있으나, 금융사들이 실제 느끼는 압박은 적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과반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어 회장이 마음대로 사외이사를 뽑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당국이 실태점검이라는 이름으로 민간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민경 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