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심술, 에쓰오일 34년만의 적자 vs 한진해운 4년만의 흑자
유가의 심술, 에쓰오일 34년만의 적자 vs 한진해운 4년만의 흑자
  • 승인 2015.02.01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유가의 급락.

지난해 3분기 배럴당 75달러까지하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들어 50달러선이 무너진뒤 지난 14일에는 42달러선을 찍었다. 반등조짐은 있지만 당분간 급등조짐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의 급락은 지난연말과 연초 기업경영환경의 최대 변수였다. 업종간 희비는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게 정유업계의 손익악화다. 상대적으로 오일을 원료로 쓰는 항공업계나 해운업계는 유류비 절감이라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4/4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가 성적표로 드러났다. 한진해운의 경우 재무구조개선 등 자구노력이 컸지만 유가하락의 이익도 톡톡히 누렸다. 한진해운은 4년만에 영업손익을 흑자로 돌려놓았다.

반면 에쓰오일은 34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처지가 됐다. 에쓰오일은 1980년이후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기업이다. 다음달 실적발표가 예정되어있는  SK이노베이션도 적자전환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 4년만의 미소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4월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취임당시 무급경영을 선언하며 한진해운 정상화를 전력을 기울였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영업손익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조회장은 결국 한진해운 연간실적에서도 흑자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매출 8조6548억원, 영업이익 821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적자를 내다 4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물론 당기순손실 4233억원을 냈으나, 순손실 폭은 2013년보다 37.8% 줄었다.

컨테이너 부문은 전년대비 수송량이 줄어들어 매출액은 7.5% 감소한 7조8236억원을 기록했다. 적극적인 운임 방어와 비수익 노선 철수에 따른 항로 합리화, 저효율 선박 매각에 따른 비용 절감이 크게 작용했다. 유가 하락도 호재로 작용했다.

벌크부문은 시황 부진 영향과 작년 상반기 매각한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 수익이 중단 영업손익으로 회계 처리되면서 164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터미널 사업 등 기타 부문의 영업이익은 1033억원으로 전년대비 58.7% 증가했다.

 

한진해운은 2013년말 2조원 규모의 재무 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말 기준 대부분 계획이 이행됐다. 유상증자 4000억원, 영구교환사채 2000억원 등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거나 대한항공 주주대출 2500억원, 금융단 지원 만기 연장 4000억원 등 외부지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유동성 확보에는 성공했다.

신한금융투자증권 홍진주 연구원은 "미주노선 물동량 호조가 예상되는데다 저유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저수익 노선 운항중단 및 유휴 자산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도 긍정적"이라며 "다만 영업이익 예상치가 순이자비용을 하회하기 때문에 당기순적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 34년만의 눈물

 
에쓰오일은 지난달 30일 "지난해 매출액 28조5576억원, 영업손실 25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당기순손실도 2643억원에 달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작년 10월 이후 국제 유가 급락 여파로 3100억원의 원유·석유제품 재고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1820억원)과 윤활기유(2578억원) 부문에 서는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정유부문에서 698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매출 6조2677억원에 영업손실 2132억원을 기록했다. 유가 급락으로 제품 재고 관련 손실(3100억원)과 원유 수송 시차에 따른 마진 손실이 컸다. 다만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상승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아시아지역 원유 판매단가(OSP)를 인하하면서 적자폭이 축소됐다.

방주완 에쓰오일 상무는 "급락하던 국제 유가가 최근 열흘 동안은 45달러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유가가 어느정도 바닥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추가 하락하지 않으면 재고관련 손실이 줄어들고,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나타나 정유 부문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배럴당 0.9달러에서 4분기 배럴당 4달러로 상승했다. [비즈트리뷴=정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