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 추세로?…주요 수출기업, 환율대응 다시 짠다
원화강세 추세로?…주요 수출기업, 환율대응 다시 짠다
  • 승인 2017.11.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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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대응 전략 부심…수출 부진 심화 우려에 긴장
[비즈트리뷴]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로 하락(원화 가치 상승) 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원화강세가 추세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서 주요 수출기업들은 환차손과 수출 부진 심화 우려 등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대응 메뉴얼을 다시 짜면서 근본적인 체질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21일)보다 6.7원 떨어진 108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5년 5월 19일(1088.1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8원 하락한 1091.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1090원대 초반에서 공방을 벌이다가 장중 한 때 1088원대까지 떨어졌다. 장중저가는 1088.6원으로 2015년 5월 19일(1088.0원)이래 가장 낮았다.

재계에선 원달러 환율이 1090원 밑으로 떨어지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달러화 표시 제품가격이 오르게 돼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약해지게 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은 즉각 환차손 등과 관련한 파장 분석에 분주한 모습이다. 여기에 환율변동을 감안해 수출전략 재검토를 고려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각 환율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근본 경쟁력을 강화,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지난 3월 말 기준(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 시 수익이 약 279억원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바 있는만큼 환율 변동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매출은 4200억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조2000억원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를 대비하기 위해 현지화 결제와 환헤지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원료가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강업 특성상 환율이 낮아지는 것은 수익에 긍정적 요소이나 수출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 환율 하락에 의미를 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 향후 환율변동성이 커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환헷지 등을 통해 환율로 인한 영향을 상시로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분기별로 3~4% 환율변동성은 원화 매출 기준으로 1000억원 정도의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아래 환변동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반대로 항공업계는 환율 하락에 미소를 짓고 있다.

항공사는 외화부채 보유량이 많은 업종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외화부채가 많은 사업 특성상 원화가치 상승시 외화부채 변동에 의한 영업이익 증대효과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의 순외화부채는 약 96억달러 정도인데 환율이 10원 변동할 경우 약 96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 관광객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진이 경제 전체로까지 여파를 미치는 것이다. 통상 수출 부진이 굳어지면 기업체 가동률이 떨어져 고용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서민들은 더욱 지갑을 열지 않게 되고 내수는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통화가치 급변은 가계와 기업 의사 결정에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수출업체들에는 가격경쟁력과 환차손 등과 같은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며 "당분간 하락세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이며 당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속도조절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이연춘 기자 lyc@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