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가스공사의 민낯, 공기업 개혁?
[기자수첩] 한국가스공사의 민낯, 공기업 개혁?
  • 승인 2015.01.0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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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비리혐의자 사장의 버티기
 
 
한국가스공사와 산업자원통상부간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비리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석효 한국가스공사사장이 물러나지 않고 버티기로 나서자 윤상직 산업자원통상부장관이 장 사장의 해임을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한다.

장 사장은 지난달 26일 불구속 기소됐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통영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재직하면서 이사 보수한도를 초과해 연봉을 지급하거나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법인카드로 지불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다.

장 사장은 1983년 12월 가스공사에 입사하여 2011년 1월 자원사업본부장을 끝으로 사직한 내부출신 인사다. 퇴임 후 통영예선 고문 및 대표이사로 약 2년간 근무하다가 다시 가스공사 사장으로 금의환향했다. 통영예선은 2001년 7월 LNG 수송사업을 하는 해운사 등이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다.  이 업체는 가스공사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송선 예인(曳引) 업무를 독점하고 있어 수익을 거의 전적으로 가스공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설립 이후 2013년까지 가스공사 간부 출신이 대표이사로 계속 재직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장사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해 임기 절반가량을 남긴 상태다. 한국가스공사 공채 1기로 취임 당시만해도 가스공사 창립 30년 만에 첫 내부 출신 사장으로 주목받았다.

그런 그가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부결됐다는 이유로 사장자리에 버젓이 앉아있다.  해임안이 가결되려면 5명이 찬성해야 했는데, 4표에 그쳤다. 사외이사 7명이 참석한 표결에서 해임안 찬성 4표, 반대 3표가 나왔다. 일견 합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장사장 은 스스로 물러나야한다.

장 사장은 작년 9월부터 부패·비리 행위자의 징계를 강화하고 비리사건에는 직속상관에게 관리 책임을 묻는 등 대대적인 부패 방지 대책 시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사장은 자신이 불구속 상태라서 사장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지만,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안다면 용퇴를 하는 게 한국가스공사의 후배들이나 국민들에게 그나마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에 가스공사 이사회가 사장 해임이라는 중대한 안건을 처리하면서 무기명 표결을 한 것은 심각한 법률 및 규정 위반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스공사 경영진의 무책임과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증거"라고 강조했다. 장 사장에 대한 해임 안건을 기명으로 다시 표결해 외부 감시를 받아야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기업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공기업의 개혁은 부채감축, 방만경영 근벌 등 구조조정만이 아니다. 기본도, 염치도 없는 수장이 자리를 지키는 공기업이 개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비즈트리뷴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une@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