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주총 박빙의 승부, 결과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승리로
한미사이언스 주총 박빙의 승부, 결과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승리로
  • 박예진 기자
  • 승인 2024.03.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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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임종훈 형제(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사장)가 주총장에 들어가고 있다. | 사진: 박예진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두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임종윤·임종훈 형제(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사장)의 지분 차이가 약 2%포인트로 박빙이었던 상황에서 사내이사 선임 건 투표 결과,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포함하여 형제 측 후보 5인이 모두 이사회에 선임됐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측 후보 6명은 모두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고, OCI그룹과의 통합은 무산됐다. 

28일 경기도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SINTEX관에서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주총에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추천한 이사 6명 선임안과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이사 5명 선임 주주제안을 놓고 표 대결을 펼쳤다.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 사진: 박예진 기자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은 주총 시작 전 주총장에 미리 등장해 얼굴을 비추고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여 미소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주총장에 형제가 함께 입장할 때는 기자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한미와 통합을 추진 중인 OCI 이우현 회장은 주총장 입장 전 "회사가 너무 오랫동안 갈등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다들 같이 잘 가는 방향, 통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려고 한다. 통합이 잘 이뤄져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OCI 이우현 회장 | 사진: 박예진 기자

주총 전,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은 국민연금공단 지분을 포함한 42.96%,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을 포함한 40.57%를 확보한 상황이었다. 

이에 모녀와 형제의 지분 차이가 약 2%포인트에 불과해 주요 안건 및 결정에 1~2명의 표가 결과를 가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날 주총에는 소액주주들의 참석도 주목을 받았다. 

송영숙 회장은 주총 현장에는 불참했으나 영업 개황 보고서 서면 인사말을 통해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해, 대표이사이자 대주주로서 주주님들께 면목 없고 송구하다"며 "그러나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한 '과정'일 뿐, 혁신 성장을 위한 한미의 도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가 분할될 때부터 임했고, 동생 임종훈도 한미약품에 평생을 바쳤다"며 표결 전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 4개의 의안이었다. 표 대결은 양측 후보자 총 11명 선임안을 일괄 상정해 다득표 순으로 최대 6명을 선임하는 방식으로,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서 진행됐다. 

대결 결과,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주주제안 5건은 모두 가결됐고, 회사 측의 6건은 모두 부결됐다. OCI그룹과의 통합도 사실상 불발됐다.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주총을 마친 뒤 "오늘 주총에서 주주가 포로가 됐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제가 '대주주'도 아닌 '그냥 주주'로서 끝까지 열심히,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은 위임장 집계로 인해 기존 개회 시간보다 3시간30분 지연되어 12시30분경 시작됐다. 총회 시작 후에도 표결 관련 지연이 길어져 주주 및 취재진 등 참석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시스템 문제로 계속 표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마냥 기다리고 있기만 한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혹은 현장 참석 주주가 많지는 않은데 수기로 진행하면 어떨지, 사측 결단 부탁드린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주총 결과가 발표될 무렵인 오후 3시15분경 전일 대비 10.0%(4,100원) 상승한 44,750원에 거래됐다.

[경기 화성=비즈트리뷴 박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