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서 '모녀 입장' 지지
국민연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서 '모녀 입장' 지지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4.03.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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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왼쪽)과 장녀인 임주현 사장(오른쪽)

한미약품그룹 내 창업주 모녀와 장·차남 간 갈등에서 국민연금이 모녀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의 안건을 심의한 결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이끄는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이 추천한 6명의 사내외 이사 선임안에 찬성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제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에 대해 의결할 예정이다. 특히 '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는 한미약품-OCI 통합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미약품-OCI 통합을 찬성하는 쪽은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사장, 그리고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이다. 이들은 임주현·이우현 사내이사, 최인영 기타비상무이사, 김하일·서정모·박경진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내세웠다. 통합을 반대하는 쪽인 임종윤·종훈 사장 측에서는 본인 2명을 포함해 권규찬·배보경·사봉관 등 5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양측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모녀 측은 송영숙 회장이 11.66%, 임주현 사장이 10.2%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그밖에 친족, 재단 등이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차남 측은 임종윤 사장이 9.91%, 임종훈 전 사장이 10.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친족과 우호지분을 더하면 28.42% 정도다.  

양측의 지분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7.66%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과 합산 지분 20.5%를 차지하는 소액주주의 표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는 모녀 측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장·차남이 통합에 반대하며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모녀 측의 입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한미그룹 측은 "한미그룹은 법원 결정으로 부여받은 '통합의 정당성'을 토대로 국민연금 등 주주들을 끝까지 설득하고 또 설득해 나갈 것"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한미그룹의 노력과 진정성을 주주들께 인정받을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