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쿠팡의 길 따라가나
컬리, 쿠팡의 길 따라가나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4.03.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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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평택물류센터ㅣ컬리 제공

컬리가 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손실 규모를 줄였다. 컬리는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송한 안내장을 통해 2023년 연간 영업손실이 전년(2,334억원)보다 약 40% 줄어든 1436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쿠팡처럼 쿠팡도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머지않아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컬리의 기업공개(IPO) 재추진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컬리,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계획적 적자'... 쿠팡 길 따를까

컬리가 최근 발송한 주주 안내장에 따르면 컬리의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한 2조773억원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4% 감소한 1,436억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6일 보고서를 내고 "컬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줄었다"며 "고수익성 뷰티 카테고리 매출 비중 확대와 업계 경쟁 완화에 따른 바잉파워 개선으로 GPM이 개선됐고, 물류센터 신규 오픈에 따른 물류 효율화와 각종 변동비성 비용(인건비, 광고판촉비, 포장비 등) 절감으로 판관비율이 하락한 점이 고무적"이라고 진단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컬리는 2023년 12월부터 3개월 연속 EBITDA 흑자가 유지되며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는 비우호적인 외부환경 속에서도 신사업을 통해 매출이 증가하고, 창립 이래 집행됐던 대규모 투자가 점차 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13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과 비슷하다. 쿠팡은 2022년 3분기부터 분기 영업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조 연구원은 "2023년 국내 이커머스 산업 성장률이 둔화(+8.7% YoY)됐음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제품 상거래(Product Commerce) 부문의 매출은 18.4%, 활성 고객 수는 15.9% 증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더욱 빠르게 높였다"며 "특히 쿠팡의 실적 개선은 인위적인 비용 절감이나 구조조정이 아닌 규모의 경제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와 물류 투자의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컬리도 쿠팡처럼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기대감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 IPO 재추진 가능성... 신사업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가 관건

2015년 국내 최초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컬리는 관련 투자 집행으로 매년 영업 적자폭이 확대돼 2022년에는 영업적자 2,334억원을 기록했다. 컬리는 기업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준비해오던 기업공개(IPO)를 보류하고 '상장 무기한 연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컬리가 상장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적자 폭을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연구원은 "2021년 4조원에 육박했던 기업가치는 금리 상승과 자본시장 흐름 악화, 적자 지속으로 2022년 이후 하락 추세"라며 "2023년 5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2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는 2조 9,000억원으로 평가됐으나, 당시 조건(2023년 연간 영업손실 시 1:1의 전환비율이 1:1.846로 조정)에 따라 현재 기업가치는 1.6조원대로 하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컬리가 흑자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사업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2022년 11월 런칭한 뷰티컬리는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는데, 객단가를 높이고 반품 폐기 부담을 낮춰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라며 "최근에는 패션과 생활가전, 주얼리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해 물류센터 추가 오픈(4월 창원, 5월 평택)과 기존 물류센터(6월 송파) 종료에 따른 생산성 증대와 효율성 제고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조 연구원은 "향후 지속적인 영업흑자 달성과 함께 카테고리 확장, 고객 데이터를 현금화(monetize)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컬리는 올해 물류 경쟁력 강화와 추가 투지 유치를 통해 신선식품의 온라인 시장 침투율을 더욱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조 연구원은 "온라인은 카테고리 확장과 배송 경쟁력 강화가, 오프라인은 소싱 통합을 통한 가격 경쟁력과 온라인에서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품질이 올해 유통 시장의 키(Key)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