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CJ대한통운 신영수 진땀..."취임해보니 시험대 올라"
[이슈+]CJ대한통운 신영수 진땀..."취임해보니 시험대 올라"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4.03.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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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수 CJ대한통운 신임 대표이사.

다양한 물건과 저렴한 가격으로 직구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알리익스프레스가 지금까지 국내 물류를 담당해온 CJ대한통운과의 계약 연장이 아닌 경쟁 입찰을 선택했다. 지난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로 취임한 신영수 대표로서는 진땀이 흐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신 대표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다음달 수의계약이 말료되는 5월부터 내년 5월까지 1년간 통관과 택배를 담당할 업체 선정을 위해 국내 주요 택배·물류사에 입찰 제안 요청서를 보냈다. 

현재도 단독 위탁이 아닌 다자계약 형태로 CJ대한통운이 알리익스프레스 물량의 80%를 소화하고 나머지를 한진과 우체국택배 등이 맡아왔다. 그럼에도 KB증권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배송 물량 4600만건 중 약 3200만건을 맡을 만큼 '알리의 파트너'로 굳건한 지위를 굳혀온 CJ대한통운이 이번 경쟁입찰에서도 주계약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직구 물량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늘어남에 따라 성장세에 가속화가 붙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알리와의 재계약 여부가 CJ대한통운과 신임 대표 신영수 대표이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쟁입찰' 선언한 알리익스프레스, CJ대한통운 주가 요동쳐

고물가 시대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으려는 합리적 소비자(체리슈머)들의 증가로 지난해부터 해외 직구 시장의 성장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쿠팡에 이어 국내 종합몰 앱 이용자수 2위를 자랑하는 업체로(2월 기준), 명실상부 해외 직구 시장의 '최강자'다. 

사진=와이즈앱·리테일·굿즈

CJ대한통운은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량 80%를 소화하며 '알리 전용 물류 업체'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 2022년 알리바바그룹 산하 물류 차이니아오(CaiNiao)와 파트너십을 맺고 알리익스프레스 해외직구 물량의 배송을 담당하게 된 후, 지난해에는 협업을 더욱 강화해 상품 배송 기간을 3~5일로 단축하고 주말에도 배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요일 오네' 서비스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역량을 강화해왔다.

당시 택배∙이커머스부문 대표를 맡고 있었던 신영수 대표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및 차이니아오와 함께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며, "최고의 물류 전문 역량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해외직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CJ대한통운이 담당하는 알리익스프레스 물동량은 지난해 1분기 346만 박스에서 3분기 904만 박스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쿠팡의 택배사업을 전담하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 밀려 시장 점유율 부분에서 감소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직구 시장의 성장은 CJ대한통운에도 큰 기회였다.

증권가에서도 지난해 말 CJ대한통운의 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직구 시장의 성장과 CJ대한통운의 성장이 함께 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2023년 택배 물동량은 전년 대비 6.2% 감소했지만,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직구 물량은 약 8천만 박스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 비중은 35%로 추산된다"며, 국내 택배사들이 해외 직구 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익스프레스가 CJ대한통운과의 계약 연장이 아닌 경쟁입찰을 예고하면서, CJ대한통운의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21일 CJ대한통운 주가는 장중 10.3% 급락했다가 반등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76% 하락한 1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41% 오르는 등 대부분 종목이 오름세를 보였던 것과 대비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알리의 성장은 대한통운의 성장?... 지나친 의존은 '금물'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CJ대한통운과의 동맹 관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배송 서비스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와 '도착 보장 서비스' 등 빠른 배송을 제공하는 CJ대한통운의 상성이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물동량을 조정하거나 단가협상 등 거래 조선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주계약은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고, 일부 증권가에서도 신규 입찰 건은 CJ대한통운의 기존 알리익스프레스 물량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물량이 대부분 소형화물인 것과, CJ대한통운이 소형화물 처리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 미루어보았을 때 CJ대한통운의 경쟁력이 타 경쟁사 대비 높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해외 직구 사업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은 금물이라는 입장과 함께, 성장성 및 성장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시장 진출을 확실시 하며 물류업계에서도 낙관적 전망이 주를 이뤘으나 알리의 한국 시장 내에서의 성장지속성이 얼마나 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신한투자증권 명지운 연구원은 "알리가 진출한 국가들 중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시장을 위해 알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한국 내 물류 인프라 확보, 상품군 확대, 활발한 마케팅, 저렴한 가격 유지에는 막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자리잡아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까 고민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알리의 성장세가 곧 CJ대한통운의 성장세'라는 분위기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리의 한국 공략에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만큼, 알리가 고꾸라지면 CJ대한통운도 고꾸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다.

DB금융투자 김평모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CJ대한통운 국내 택배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 역성장했으며, 중국발 직구 관련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감소세를 보였다"며, "국내 택배 시장의 역성장과 이커머스 물동량의 성장률 둔화는 동사의 향후 성장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직구 시장이 크게 성장한 지난 2~3분기 전까지 CJ대한통운은 '비선호주'로 꼽힐 정도로 증권가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종목이었다. 증권가 관계자는 "직구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덩달아 업계 내외의 이목을 끌었으나, 이제는 성장세를 끌어올려줄 또다른 타개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은 오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신영수 대표이사를 정식으로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