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고려아연의 반격? "영풍 주주환원율 10%에 불과... 주주권익 훼손 우려"
[주총] 고려아연의 반격? "영풍 주주환원율 10%에 불과... 주주권익 훼손 우려"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4.03.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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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왼쪽)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오른쪽)

최근 영풍 측이 고려아연의 배당 축소안과 정관 변경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인 가운데, 이번에는 고려아연이 20일 열릴 영풍의 주주총회를 겨냥하며 주주 권익 훼손을 문제 삼았다. 

고려아연은 19일 오전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과 최대 주주인 영풍은 정관 변경(제2-2호 의안)과 배당금 결의(제1호 의안) 안건을 두고 표대결을 벌였다. 

고려아연이 상정한,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배당 결의안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참석 주주의 61.4%가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원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반면 특별결의 사항에 해당하는 정관 변경안은 53.03%의 찬성을 얻었으나 참석주주의 3분의2 동의를 받지 못해 부결됐다.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 씨 일가의 반대로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주주총회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날 열리는 영풍의 주주총회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은 지난해 연결기준 1천 7백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낸 데다 최근 5년 중 4년간 적자가 이어졌다"며, "지난해 12월에 이어 최근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 점도 주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환원율이 10% 수준에 그치는 등 부실한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비판도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의 배당축소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고려아연의 결산배당을 전년과 동일한 수준인 1만원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영풍 측은 "고려아연은 2023년 별도 기준 약 7.3조 원의 이익잉여금과 1.5조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등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 여력은 충분한 만큼 배당으로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주주환원율이 76%를 넘는 상황에서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늘릴 경우 주주환원율이 96%을 넘어서고 이는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영풍 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나아가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배당성향이 고려아연에 비해 우위에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4조원에 육박하는 잉여금에도 불구하고 170억원대에 불과한 영풍의 배당금 규모를 놓고 주주들의 불만이 거세다"라며 "고려아연 주총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기치로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해온 영풍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에서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이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영풍기업사를 모태로 하는 영풍그룹은 1970년 아연 제련소인 영풍 석포제련소를, 1974년 자매회사인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각각 석포제련소와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며 아연 생산 세계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1990년 상장돼 지난해 기준 9조7천억 수준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장 씨 가문은 영풍 석포제련소와 전자 계열사를, 최 씨 가문은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