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체질개선 전문가' 김상현 롯데유통군 대표이사 부회장
[CEO뷰] '체질개선 전문가' 김상현 롯데유통군 대표이사 부회장
  • 권재윤 기자
  • 승인 2024.03.1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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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롯데유통군 대표 부회장 ㅣ 롯데쇼핑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 ㅣ 롯데 유통군HQ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발표된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유임됐다. 김 부회장은 롯데쇼핑에서 42년 만에 처음으로 선임된 '비(非)롯데맨이다. 김 부회장은 여러 회사를 거치며 '체질 개선'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왔다. 롯데쇼핑에서 김 부회장의 체질 개선 작업이 어느정도 효과를 보고 있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임을 통해 김 부회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 42년만의 非롯데맨, '체질 개선 전문가'

김상현 부회장은 1963년 출생으로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했다. P&G에 입사하여 한국, 미국, 일본을 넘나들며 경력을 쌓았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 P&G 대표이사,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동남아시아 및 아시아 신흥시장 총괄대표, 2015년 P&G 그룹 뷰티 신규사업 부사장(미국)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홈플러스에 재직 중 김 부회장은 혹독한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경영 효율화를 목표로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2021년 말 롯데쇼핑의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전까지 롯데쇼핑은 '롯데맨' 만을 대표자리에 고집해왔지만, 이례적으로 외부인사인 김 부회장을 영입해 대표 자리를 맡겼다. 신동빈 회장이 42년 만에 처음으로 '비(非)롯데맨'을 대표로 선임한 것의 배경에는 롯데쇼핑의 체질 개선을 강하게 이끌 외부 인사가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취임 후 처음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조조정'을 언급했다. 또한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 영업 효율화, 부실한 점포 리포지셔닝을 추진하는 등 롯데쇼핑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적자를 지속하던 '롭스'를 롯데마트 내에 편입시키고 모두 없애는 등 과감한 결단력을 보이기도 했다. 

■  'Let's 샘물'...격의없는 소통 선호

롯데그룹 내에서는 효율적인 일처리를 선호하는 실용주의자로 평가받는다. 또한 격의없는 성격으로, 자신을 영어 이름 'Sam'이라고 부르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직급과 상관 없이 유연하게 소통하는 'Let's 샘물'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Let's 샘물'은"'Sam' 에게 물어보세요"라는 뜻을 담고 있다. 롯데쇼핑의 유통군 전 계열사가 참여하며 매달 두차례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2일(금),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에 위치한 상록보육원에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오른쪽)이 부청하 상록 보육원 원장(왼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ㅣ 롯데유통군hq

■ 7년만의 연간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내실 개선 효과 드러나

김상현 부회장 체제 아래 롯데쇼핑은 확실히 내실 개선을 통해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롯데쇼핑이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롯데쇼핑은 연간 매출액 14조 5,559억(-5.9%), 영업이익 5,084억(+31.6%)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797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롯데쇼핑의 연간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것은 2016년 이후 7년만이다.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은 김 부회장의 롯데쇼핑 체질 개선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경기가 악화되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업부에서 수익성을 개선해낸 점이 두드러진다. 특히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본점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며 성장 견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조상훈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전년 동기 대비 117.4% 성장한 실적으로 시장 기대치를 16% 상회했다"며 백화점 증익, 할인점과 슈퍼 통합소싱 효과에 하이마트·홈쇼핑 등 자회사 실적 개선이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판관비 개선이 백화점 증익·자회사 실적 개선 등에 주효했다고 진단했다. 수익성 개선세는 202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2023년에는 롯데쇼핑의 모든 사업부가 지속적으로 고객중심의 사업을 전개하여 수익성 개선과 효율성 확대를 통해 7년만의 당기순이익 흑자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롯데쇼핑이 업계의 성장을 주도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으로서 진정한 고객의 쇼핑 1번지가 되기 위한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2.0’을 추진해 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 =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