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고려아연, 주총서 영풍과 표대결... 국민연금 선택에도 관심
[주총] 고려아연, 주총서 영풍과 표대결... 국민연금 선택에도 관심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4.03.18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풍 장형진 고문(왼쪽)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오른쪽)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배당금 축소 및 정관 개정 안건을 둘러싸고 고려아연과 최대주주인 영풍이 표대결을 예고했다. 

양측이 대립하는 핵심 안건은 두 가지다. 고려아연 측은 실적 악화를 고려해 보통주 한 주당 5천원의 결산 배당안(배당 축소안)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외국 합작법인'뿐 아니라 국내 법인에게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결산배당을 전년과 동일한 수준인 1만원으로 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다룬 정관도 현재 안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고려아연을 이끄는 최 씨 가문의 지분율과 영풍을 이끄는 장 씨 가문의 지분율은 각각 30% 초반으로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지분 7.49% 정도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의 표심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중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고려아연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지분율을 기존 7.69%에서 7.49%로 낮췄다고 밝혔다. 일반 투자는 배당과 정관 변경 등에 주주활동을 할 수 있는 반면, 단순 투자는 주총의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총을 앞둔 상황에서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한 것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 사안에 대해 중립 입장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대립하고 있는 안건 중 배당 축소안에 대해서는 '찬성' 견해를 밝혔으나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ISS와 함께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는 배당 축소안과 정관 변경안에 대해 '찬성' 권고를 냈고, 이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도 두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KCGI자산운용은 배당 축소안과 정관 변경안에 대해 모두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에서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이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영풍기업사를 모태로 하는 영풍그룹은 1970년 아연 제련소인 영풍 석포제련소를, 1974년 자매회사인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각각 석포제련소와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며 아연 생산 세계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1990년 상장돼 지난해 기준 9조7천억 수준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장 씨 가문은 영풍 석포제련소와 전자 계열사를, 최 씨 가문은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