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발레리나' 공연 취소...기획사 "안전 문제"
'푸틴의 발레리나' 공연 취소...기획사 "안전 문제"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4.03.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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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틀라나 자하로바.ㅣ인아츠프로덕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볼쇼이 발레단의 스타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서울 내한 공연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결국 무산됐다. 앞서 '푸틴의 발레리나'가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이번 공연 취소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정치적 논란으로 예술 공연이 취소되는 것은 드문 사례다.

기획사 인아츠프로덕션은 지난 15일 "관객의 안전과 아티스트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기획해 여러 상황을 고려, 오랜 기간 준비해 왔으나, 부득이하게 '모댄스(Modanse)' 2024 내한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공연은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코코 샤넬의 삶을 다룬 발레 작품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다음달 17~19일과 21일 열릴 예정이었다. 예술의전당 측도 같은날 "기대하셨던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공연 취소 및 환불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자하로바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세계적인 스타 무용수이며 두 차례에 걸쳐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는 러시아 발레의 상징으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볼쇼이 극장 총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했으며, 정치적 활동도 활발히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내한 공연 결정 이후, 공연계 내외에서는 다양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 희생을 고려할 때, 내한 공연은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예술은 정치적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러시아 예술가들의 공연 취소가 잇따른 서방에서도, 일부 외신은 "러시아 예술가들이 푸틴에 반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걸어야 한다"며, 이러한 시기에 러시아의 예술을 소비하는 것이 연대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공연 취소의 주된 이유는 안전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예술의전당 측은 "불특정 다수 관객이 많이 입장하는 극장 내부에서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했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술의전당이 먼저 기획사 측에 공연 취소를 요청했고, 오랜 시간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쳐 취소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러시아 예술가들의 공연에 반대하는 시위가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어, 이러한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기획사와 예술의전당은 15일 오전 9시 동시에 온라인에 공연 취소 공지를 올렸다.

안전 문제가 공연 취소의 직접적인 이유로 제시됐지만, 반대 여론의 압박 또한 공연 취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 정권 및 그 문화계 인사들과의 문화 협력은 중단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