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은행권, 배상기준안 나와도 셈법 복잡해 ‘고심’…시일 걸릴 듯
[홍콩ELS]은행권, 배상기준안 나와도 셈법 복잡해 ‘고심’…시일 걸릴 듯
  • 노이서 기자
  • 승인 2024.03.1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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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이 지난 최근 9일간 신청 받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 규모가 1조6천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nbsp;<br>
5대 시중은행.

시중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자율배상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판매사와 투자자들 간 입장 차이가 큰 데다 계좌 별 및 건 별 검토가 이뤄져야 하고 배임 이슈까지 고려해야 한다. 빠른 시일 안에 배상안 윤곽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 가입 사례 모두 분석해야… 자율배상안 마련 까다롭다
12일 A은행 관계자는 비즈트리뷴과의 통화에서 “(자율배상안 마련까지) 과정이 조금 많이 걸릴 것 같다”며 “정확한 계획이나 합의된 내용이 없고 차라리 일률적으로 배상하는 거였으면 빠른 의사결정만 내리면 되는데 이번에는 특정 계좌들의 가입 사례를 다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이 전날 내놓은 ELS 분쟁 조정 기준안에 맞춰 배상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관련 가입 사례를 모두 분석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 기준안에 따르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 기본배상비율 20~40%를 적용하고 투자자 상황에 따라 최대 45%의 책임을 더하거나 45%를 뺄 수 있다.

다수 가입자는 피해액의 20%에서 60%를 배상 받을 수 있고 가입자 책임 여부에 따라 0% 혹은 100% 배상이 가능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월과 2월 손실 확정된 계좌는 비교적 빠른 시점에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만기 도래하지 않은 계좌의 경우 배상 윤곽이 나오기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B은행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사적 화해를 해야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만기 도래하지 않은 계좌들의 경우 실질적 손실이 확정돼야 진행할 수 있다”면서 “모든 투자자 고객들의 배상이 끝났다고 봐도 되는 시점이 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기준으로 손실 확정된 투자자들 배상은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지수 ELS 판매잔액은 18조8천억원, 계좌 수로는 39만6천 계좌에 이른다. 판매사별 잔액은 은행이 24만3천 계좌(15조4천억원), 증권사 15만3천 계좌(3조4천억원)다. 은행들은 몇 십만 개나 되는 계좌의 가입 당시 상황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셈이다.

■ 투자자와의 조율, 배임 이슈도 쟁점
은행이 모든 ELS 계좌 케이스를 파악한 뒤 배상안을 마련하더라도 이사회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이사회에서 통과된 배상안을 개별 투자자 고객들이 받아들이는 절차가 가장 까다로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B은행 관계자는 “투자자 개인적인 기준과 은행 배상안이 어느정도 맞으면 배상이 이뤄질 것이지만 만약 수용하지 못하면 더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배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절차를 밟게 되며 여기서도 합의가 불발되면 판매사와 투자자 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C은행 관계자 역시 “자율배상안 가이드라인이 나와도 투자자가 받아들일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당국이 4월부터 진행 예정인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DLF 사건 당시 금감원은 대표적인 사례 6건을 선정해 배상비율을 40~80%로 차등 적용한 바 있다.

배상을 진행했을 때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상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주주들에게 돌아가야할 이익이 줄어들 수 있어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관련 배상이 지급될 경우 과거 DLF 사태와 유사하게 영업외비용 등을 통해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판매 위축,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3대 시중은행 배상금 규모 1조 넘어
증권가에서는 홍콩 H지수 ELS 판매금 기준 3대 은행들의 최종 배상금액이 1조원 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조차도 긍정적으로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별 ELS 판매액 기준 손실률을 상반기 50%, 하반기 10%로 가정하고 최종 배상비율 34~37% 수준을 적용하면 세후 배상금액은 국민은행 6760억원, 신한은행 2050억원, 하나은행 115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H지수가 2021년 1분기 중 고점을 찍고 계속 하락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손실률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지수의 3년 전 대비 하락률은 최근 들어 50% 밑으로 하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해 1~2월 만기 도래한 홍콩 H지수 ELS 금액규모는 은행 1조9천억원, 증권사 3천억원 등 총 2조2천억원이다. 이 중 손실액은 은행이 1조원, 증권사 2천억원 등 1조2천억원으로 손실률 53.5%에 달했다. H지수가 2월말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3월부터 연말까지 예상되는 추가 손실액 규모는 8조2천억원에 이른다.

은행별 판매 규모를 보면 KB국민은행이 8조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조4천억원, NH농협은행 2조2천억원, 하나은행 2조원, SC제일은행 1조2천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규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저 기본 배상비율 20%에 공통 가중 10%p를 적용한 배상비율 30%만을 가정할 경우 가장 익스포저가 많은 국민은행 배상금액이 약 7~8천억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배상금액이 약 1~2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중 요인 등을 감안해 배상비율이 평균 40%까지 올라갈 경우 배상금액은 국민은행 약 1조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약 2~3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비즈트리뷴 =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