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기로의 시간-하] 김영섭호의 2024년 과제, 미래먹거리 어디에 힘주나
[KT 기로의 시간-하] 김영섭호의 2024년 과제, 미래먹거리 어디에 힘주나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4.03.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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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KT 대표ㅣKT
김영섭 KT 대표ㅣKT

KT는 최근 NFT(대체불가토큰) 중고폰 헬스케어 등 일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김영섭 대표는 취임 이후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MWC에서 "잘 하고 있는 분야에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더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섭의 옥석 가리기...NFT, 중고폰, 헬스케어 사업 조정·청산
 
KT는 이달 4일 NFT 발행·관리 플랫폼 '민클'의 운영을 종료했다. 구현모 전 대표가 추진해 온 민클은 B2B, B2C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1년 6개월 만에 정리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특히 김 대표가 국내 NFT와 메타버스 사업이 난항을 겪자 이를 경영적 관점에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넷마블의 게임 NFT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F&C)가 구조조정 중이며, 두나무와 하이브가 공동 설립한 NFT 전문 기업 레벨스는 2022년 100억여원의 손실을 보는 등 국내 NFT 사업은 혹한기를 맞고 있다.

LG CNS 출신으로 이 회사에 2015년 말부터 몸담은 김 대표는 당시 성과가 부진한 사업 부문을 과감히 청산, 사업구조를 재편해 회사의 수익성을 대폭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사업도 김 대표의 '선택과 집중' 결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KT 측은 "(김 대표 취임 이후) NFT 중심의 블록체인 사업을 디지털 문서 사업으로 재편하기로 했다"며 "이와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 이어오던 중고폰 거래 서비스 '그린폰' 사업도 정리했다. 그린폰은 2012년 KT가 론칭한 중고폰 직거래 서비스로, 전국에 위치한 KT 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이 중고폰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러나 최근 사용자들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게 되면서 지난 1월 19일 서비스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 대신 자회사인 KT M&S가 운영하는 중고폰 플랫폼 '굿바이'의 키오스크를 활용해 중고폰 매입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헬스케어 사업도 방향을 틀었다. KT는 작년 글로벌 신사업으로 베트남 헬스케어 사업에 공들여왔는데, 최근 사업의 초점을 국내 시장에 두기로 조정하면서 하노이에 설립 예정이었던 3300㎡ 규모의 건강검진센터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대신 KT는 올해 내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같은 방향성의 일환으로 한양대학교 정신건강 관리 플랫폼 국책과제에도 참여한다.

KT 관계자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사업 중점영역을 재편하면서, B2B 플랫폼과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책과제 참여 등 '비대면 건강관리 솔루션'의 사업화 가능성을 다각도로 타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힘주는 AI...스타트업 투자부터 조직 개편도 '올인'

KT는 인공지능(AI)분야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혁신 파트너'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으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연초부터 AI 관련 인재 영입과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먼저 새 AI 연구소 신설을 비롯해 조직 구조를 전면 개편한 것이 눈에 띈다. KT는 작년 11월 IT과 연구개발(R&D) 부문을 통합해 기술혁신부문을 신설하고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IT 전문가 오승필 부사장을 기술혁신부문장(CTO)으로 영입했다. 삼성SDS, 아마존웹서비스 출신 정우진 전무에게는 컨설팅그룹장을 맡겨 그룹 내 클라우드, AI 등 기술 컨설팅 조직을 이끌도록 했다. SK텔레콤과 현대카드에서 AI 서비스를 담당했던 윤경아 상무에게는 신설 AI 테크랩장을 맡겼다.
  
이를 바탕으로 AI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다. KT그룹은 올해 초 국내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30억원을 투자했다. 리벨리온이 출시하는 AI 반도체 라인업을 활용해 AI 인프라 및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게 KT그룹의 복안이다. 여기에는 KT본사(200억원), KT클라우드(100억원), KT인베스트먼트(30억원)가 각각 참여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이러한 AI 중점 사업방향을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 행사에서 한번 더 못 박았다. 그는 특히 "KT의 DNA를 AI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겠다"면서 기존 통신 역량에 IT와 AI를 더한 회사로서의 'AICT' 기업으로 시장 디지털 혁신 파트너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AI 및 디지털 분야 전문인력을 올해 최대 1000명 수준으로 영입하고, 클라우드와 AI를 포함한 엔지니어링 영역까지 역량 강화에 나선다. KT는 이달 산업계 리더를 초청해 'AICT 트렌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시장 환경과 리더십에 따라 일부 사업을 조정 중"이라면서 "회사의 전략적 사업방향은 이번 MWC에서 김 대표가 밝힌 대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2위 재탈환 과제...본업 경쟁력도 복원해야

김 대표는 미래먹거리 준비와 함께 본업인 위상을 복원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KT는 통신 3사 경쟁구도에서 이동통신 사업자수 2위 자리를 내줬던 경험이 있는데,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설비투자 확대를 통해 통신 품질 향상 등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통신 3사 가운데 LG유플러스만 설비투자를 3.9% 늘렸고 KT와 SK텔레콤은 각각 6.1%, 9.7% 줄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킬러서비스는 AI가 될 가능성이 높고 트래픽이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면서 "통화 품질 보장이 곧 화두가 될 것인데, 통화 품질 문제는 단순히 버텨서 될 문제가 아니다. 속도 저하현상은 장기 트래픽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매출 성장의 기회를 날려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끝>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