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조작' 넥슨, 공정위 상대로 116억원 과징금 취소소송
'확률형 아이템 조작' 넥슨, 공정위 상대로 116억원 과징금 취소소송
  • 이주희 기자
  • 승인 2024.03.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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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코리아가 확률형 아이템을 조작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업계 사상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가운데, 이같은 처분에 반발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지난달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 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접수했다.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처분에 관한 불복소송은 서울고법이 관할한다. 공정위 심결(행정기관의 결정)을 사실상 1심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에 116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가장 높은 액수다. 2003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는 전세계 110여개 국가에서 누적 회원 수 1억9000만명이 20년간 이용한 대표적인 장수 게임이다. 메이플스토리 사용자들은 장비를 착용하고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장비의 능력은 ‘기본능력’과 ‘잠재능력’으로 구분된다. 

이 장비의 잠재능력은 2010년 도입된 유료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통해 무작위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넥슨이 큐브 상품 도입 당시에는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으나, 2010년 9월부터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인기 옵션에 낮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특정 중복 옵션 조합이 아예 출현하지 않게 설정하고도 이런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2011년 8월에는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의 거짓 공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3년 7월 ‘블랙큐브’를 출시할 당시에도 넥슨은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2013년 7월부터 12월까지 1.4%까지 확률을 조금씩 낮췄다. 2016년 1월에는 그 확률을 1%로 낮추고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큐브는 개당 1200원(레드큐브) 또는 2200원(블랙큐브)에 판매됐다. 이용자들은 최상급 잠재 능력을 가진 아이템을 갖기 위해 큐브 구매에 상당한 금액을 소비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소비자원 홈페이지에서 메이플스토리 유료 아이템(큐브) 확률 조작 피해자를 대상으로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결과 5826명이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기된 소송 가액은 원고 구매 금액 25억원의 10%인 약 2억5000만원이다. 

공정위는 넥슨이 소비자 선택 결정에 중요한 정보인 확률 관련 사항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리는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해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향후 금지명령과 함께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영업정지 6개월 제재를 부과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서비스 정지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과징금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다.

공정위 발표 이후 넥슨은 "심사과정에서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어 의결서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넥슨은 변호사 선임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이번 논란이 2021년 '큐브' 확률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당시 게임 확률을 공개한 선례가 없었으며 공정위가 문제로 지적한 2010년∼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라는 입장이다. 지난 2021년 3월 게임 업계 최초로 확률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도 마쳤는데 그에 따른 공정위의 처분이 너무 과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넥슨은 당시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의견을 인용해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를 처벌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결정으로 국내 게임산업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 된다"며 "행정적 제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