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OCI 통합, 임성기 전 회장의 뜻이자 '한미의 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OCI 통합, 임성기 전 회장의 뜻이자 '한미의 길'"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4.03.1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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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한미그룹 회장ㅣ한미그룹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ㅣ한미그룹

정기주주총회가 한창인 3월 국내 제약 업계서 가장 이목을 끄는 기업 중 하나는 한미그룹이다. 한미그룹은 지난 1월 소재·에너지 기업 OCI와 이례적인 결합을 발표한 이후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법적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고 임성기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혔다. 송 회장이 언론 앞에 선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송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사이언스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돌아가신 임성기 회장이 이번 결정을 내렸으면 자녀들이 반발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며 "어떻게 보면 자식들이 나를 단순히 엄마로만 생각했지, 아버지와 함께 한미약품을 50여년간 약국에서부터 여기까지 이끌어온 동료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식간의 갈등은 있을 수 있어도 부모자식간엔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OCI와의 통합 결정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어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임성기 전 회장의 두 아들인 임종윤 한미약품 미래전략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그룹지원 사장은 모친 송영숙 회장 및 누이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주도하는 OCI홀딩스와의 합병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와 통합하기 위해 진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중단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법적 대응 중이다. 두 형제는 OCI와의 합병 계획에 대해 사전에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으며, 다른 대안에 대한 논의 기회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는 상장사로,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이사회 멤버가 아닌 이상 미리 알릴 수 없다"면서 "발표 후 차남에게는 설명을 했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장남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두 형제 측이 올해 1월 OCI와의 합병 결정이 발표될 당시, 양측 간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을 배제하고 이뤄진 통합 결정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 10월에도 가족행사가 있었다"며 "이후에도 두 아들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논의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상황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송 회장은 회사의 중대 결정들이 가족 내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중요한 순간들에 가족 구성원들의 지지와 제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임 회장께서 돌아가신 후 가족과 친인척이 모인 자리에서 둘째 아들이 처음으로 '어머니께서 회장직에 오르시라'고 제안했고, 가족과 한미그룹의 경영진 모두 찬성해 그렇게 했다"고 회상했다. 

한미약품 사옥 전경. ㅣ사진=이서련기자

아울러 "상속세 문제로 고민할 때 첫째 아들이 '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것은 회사를 파는 것이고 한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니 절대 안 된다'고 수 차례 조언해 한미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은 것이 OCI와의 대등한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OCI와의 합병이 신약 개발에 있어 많은 도전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서로를 지키며 더 큰 발전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이고 이종 산업 기업 간의 결합이어서 오히려 리스크가 훨씬 적다고 본다"고 했다.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두 형제가 본인들을 포함해 이사회 과반 구성인 6인을 상정해달라는 주주제안을 신청함에 따라 표 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보유한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12%를 가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역할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임성기 전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다.

송 회장은 "신 회장님도 (이번 통합 결정이) 한미의 미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점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면서 "사흘 전에도 만날 만큼 교류가 잦고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송 회장은 개인주주들이 불안감을 드러내는 데 대해선 "한미는 창업주 가족의 이익만을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돼야 한다는 주주들의 열망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오셨던 것처럼, '한미의 길'을 믿어달라"고 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