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화오션, HD현대重 반박에 재반박… 깊어져가는 'KDDX 갈등'
[이슈+] 한화오션, HD현대重 반박에 재반박… 깊어져가는 'KDDX 갈등'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4.03.1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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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설개한 KDDX 개념설계. (사진=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의 KDDX 기밀 탈취 사건과 관련해 한화오션이 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가운데,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2-2015년 동안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 간부로부터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 등을 '도둑 촬영' 하고 비인가 서버에 올려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기소당했다. 기소된 9명의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고발… "중대한 보안사고, 상응하는 처벌 받아야" 

지난 4일, 한화오션은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 탈취 사건에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 관여했는지를 엄중히 수사하여 처벌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8일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에서 '행정지도'를 의결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로, 방사청의 결정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에 제재 없이 입찰할 수 있게 됐다. 

당초 HD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 입찰 참여 과정에서 청렴서약서를 작성했던 만큼, 위반 주체가 대표나 임원이라면 5년 이내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행정처분이 내려져야 한다. 그러나 방사청은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말하며 해당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고발장을 제출한 다음날인 5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하게 된 경위와 정황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화오션 측은 "방사청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보다는, HD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 사건은 유례 없이 중대한 보안 사고인 만큼 정의와 공정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하며, 판결문과 수사기록 등 다양한 문건을 기반으로 현대중공업의 임원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측에서는 한화오션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에서 2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며 반박했으나, 한화오션은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재반박하며 고발 및 수사 촉구 의지를 확실히 했다.

■ 최대 쟁점은 HD현대重 임원 개입 여부… "구조적 이유로 수사 안돼, 이번 고발로 임원 수사 이뤄질 것"

먼저 한화오션은 "해당 사안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는 현대중공업의 주장에 대해 "임원들에 대하여 수사 및 기소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법부에서 임원들의 개입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 대한 판결문만으로도 임원의 개입 여부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고, 이번에 군에서 공개한 수사기록에 의하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의심을 거둘 수 없을 정도"라며, 직원들에 대한 판결문만을 기초로 임원의 개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객관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므로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가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한화오션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군사비밀보호법 위반에 한해 수사권한을 보유하는 기무사가 주도한 만큼, 군사기밀의 제공자와 취득자에 초점을 맞춰 수사가 진행됐다. 

한화오션은 "민간인인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민간 검찰에 송치되었으며 이를 송치받은 울산지방검찰청은 송치된 사건기록 범위 내에서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임원에 대한 수사가 있었는데 혐의가 없다고 결론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수사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5일 설명회에서도 "이번 사안의 메인 이슈는 '방위사업법(청렴서약위반) 위반'"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제척기관과 관련, "이 사건 관련 계약 건은 2010년 1월 1일부터 2015년 11월 10일까지로 국가계약법상 제척기간 5년을 이미 경과했다"고 주장하였으며 방사청에서도 제척기간을 염두에 두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는 해당 사안을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국가계약법 위반의 경우 제척기간 적용 대상이긴 하지만, 본 사안은 방위사업법이 쟁점이며 방위사업법(청렴서약 위반) 위반은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사청 판단은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시 임원에 대한 고발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한 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 HD현대重 "일방적 짜깁기, 왜곡" vs. 한화오션 "기록 전체 공개 이의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일 설명회에서 한화오션 측이 제시한 자료를 두고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하여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으나 한화오션은 이에 대해서도 "군에서 공개한 원본 상태 그대로 제공한 것"이라며 강력한 어조로 반박했다.

한화오션은 "제공받은 기록 전체를 공개하는 데 아무런 이의가 없으며, 애초에 현중 측에서 판결문열람 제한신청을 하는 등 기록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했고, 이로 인해 방위사업청에서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밀 탈취 사건의 쟁점이 되는 '기밀 자료'에 대한 입장도 엇갈렸다. HD현대중공업은 "2013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KDDX 개념설계를 기술 지원했으나 이후 사업이 연기되면서 중단되었고, 2018년 다시 재개되면서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업체로 선정되었다"며, "사업개념이 2018년에 다시 정립된 만큼 2013년 자료는 활용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2012-2015년에 걸쳐 자행되었던 기밀 탈취 사건에서 HD현대중공업이 불법 취득하여 공유, 활용하였던 자료들이 실제 기본설계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화오션은 이에 대해 "이번 고발은 KDDX개념설계보고서를 포함한 여러 가지 군사기밀을 불법취득하여 서버에 공유하고 활용한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인데, 훔친 군사기밀에 가치가 없다며 폄훼하는 식의 대응은 국민의 세금으로 방위산업을 수행하는 업체로서 바람직한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한, "2018년 국방기술품질원이 수행한 것은 개념연구가 아니라 개념설계 이후 규정에 따라 수행되는 선행연구"라며, 2013년과 2018년의 KDDX 사업이 본질적으로 같은 사업이며 연속적으로 이뤄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고발이 전세계에서 도약 중인 K-방산의 신뢰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측은 "향후 방위산업에서 최소한도의 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토양이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현대중공업의 대표나 임원에 대한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이에 상응하는 처벌과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불법적인 특혜에 해당하고, 이는 자주국방의 기본 토대를 근본에서부터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