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5평 사무실에서 매출 '2조원' 기업으로…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CEO뷰] 5평 사무실에서 매출 '2조원' 기업으로…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 이주희 기자
  • 승인 2024.03.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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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26일 열린 세종대 입학식에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답사를 하고 있다. /한국콜마
지난달 26일 열린 세종대 입학식에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답사를 하고 있다. /한국콜마

1990년 5평 사무실에서 시작된 한국콜마는 현재 글로벌 화장품·의약품 제조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국내 뷰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창업 당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미국콜마와의 협의에 실패한 뒤 일본콜마가 한국투자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을 수차례 방문해 결국 한국콜마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 '우보천리' 소신으로 R&D에 매진…지속 가능한 경영 이끌어 

경남 창녕 출생인 윤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농협중앙회를 거쳐 1974년 대웅제약 입사한 그는 성실함을 무기로 부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40대 젊은 나이에 대웅제약 부사장을 지낸 후 회사에서 나온 그는 직원 세명과 함께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윤 회장은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방식을 도입한 후 한국콜마를 세계 1위 ODM 기업으로 만들었다. 한국콜마의 설립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들은 제조와 판매를 모두 직접 챙기는 사업 방식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은 화장품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은 ‘우보천리(牛步千里)’ 토끼 걸음으로 백 리를 가는 삶보다 느리지만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가는 삶이 더 많은 가치를 담아낸다는 소신으로 경영을 이끌어왔다. 이같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콜마는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인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창업 초창기부터 직원의 30% 이상을 연구원으로 구성하고, 매출의 7%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한국콜마뿐 아니라 국내 뷰티 업계의 R&D 및 제조 역량을 끌어올렸다. 한국콜마연구소 로비에는 ‘연구 논문탑’이 쌓여 있는데, 이는 한국콜마가 400건 넘는 특허를 출원하면서 작성된 연구자료와 논문을 쌓아 올려 만든 것이다. 

한국콜마는 최근에도 자외선 노출로 인한 피부노화를 억제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군)을 전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관련 논문을 국제 SCI급 학술지에 게재하며 연구성과를 인정받았다. 화장품, 제약,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광노화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건 한국콜마가 첫 사례다.

윤 회장은 지속적인 기술 경영을 통해 한국 뷰티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6일 세종대학교 입학식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는 매년 신입생 입학식과 학위수여식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 이학은 물리학, 화학 등 자연과학 학문을 일컫는 말로, 명예 이학박사는 이 분야의 연구 개발 및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명망 있는 인물에게 수여한다.

이날 윤 회장은 "이학은 세상의 원리와 이치를 끊임없이 연구해 결국 세상을 이롭게 하는 학문인데, 세종대에서 이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고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지난해 사상 첫 매출 2조원 돌파…올해도 두자릿수 성장 기대

윤회장은 1947년생으로 올해 만 76세다. 지난 2019년에 그는 콜마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퇴임했다. 그가 보유했던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절반을 장남인 윤상현 부회장에게 증여하면서 경영승계도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회장직에서 물러난지 2년 3개월 만인 2021년에 윤 회장은 돌연 경영에 복귀했다. 

윤 회장 복귀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화장품업계의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악화된 수익성 개선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사업 지원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콜마그룹 역시 윤 회장의 복귀를 두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오랜 경륜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 회장이 사퇴한 해인 2019년 1조3789억원을 기록한 한국콜마 매출액은 다음해 1조3221억원으로 약 4%넘게 줄었다.

2019년 윤 회장이 사퇴한 후 한국콜마는 윤 회장의 장남인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그룹을 이끌어왔다. 윤 회장은 복귀 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사업 지원에 집중하는 동시에 윤 부회장의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주사 회장이지만 계열사 2곳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게 아니라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됐다. 

윤 회장 복귀 이후 한국콜마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에는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공시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지난해 연결 기준 2조1554억원의 매출과 1365억8846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5.5%, 86.4%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6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한국콜마는 조선미녀, 애터미, 카버코리아, 씨제이올리브영, 고운세상 코스메틱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국내·외 고객사는 2021년 700개에서 지난해 900개로 늘어났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콜마의 실적(연결 기준)을 매출액 2조5000억원, 영업이익 2조 2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6%, 63% 증가한 규모다. 국내·해외ODM·HK이노엔·연우의 매출 성장률을 각각 13%·27%·15%·17%로 가정해 추산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외 ODM은 모두 PB, 인디, 글로벌 등 고객군 확대에 주력하고 연우는 대형사 회복, 중소형사 확대, 북미 인디 급증으로 회복을 기대한다"며 "HK이노엔은 보령제약과의 공동 판매로 외형 확대가 전망되고 케이켑 미국 임상 3상 발표 등은 주요 모멘텀 요소"라고 짚었다. 연우(상장폐지 예정)-한국콜마 주식교환에 따른 신주 상장 기일은 3월 6일이며, 증가 주식수 비중은 3.16% 이다. 

■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경영철학을 배우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고 관련 연구에 지원을 아까지 않는 인물로 유명하다.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밑바닥부터 회사를 키워온 그는 역사 속 위인들로부터 경영철학을 배웠다. 아울러 제품의 가치를 문화가 결정한다는 윤 회장의 생각이 역사와 문화에 투자하는 계기가 됐다.

윤 회장은 현재 콜마그룹의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에 속한 회장으로서 경영을 총괄하는 동시에 서울여해(汝諧)재단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으로 활동한다. 서울여해재단은 이순신 장군의 자(字)인 여해(汝諧)를 딴 기관으로 이순신 장군의 조직 및 경영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재단은 장녀인 윤여원 대표가 이끌고 있는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의 서울사무소가 있는 석오빌딩에 위치했다. 

윤 회장이 가장 신경을 기울이는 것이 재단의 주요 사업은 '이순신 학교' 활성화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가르치는 정규 강의와 학술 세미나를 진행하고 전적지 답사와 소식지 발간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행적과 전언(傳言) 등을 담은 ‘이충무공전서’의 역주본의 출간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충무공전서는 1795년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14권의 책이다. 사학자인 노산 이은상 선생이 이충무공전서를 1960년 국역본으로 출간했지만 현재는 폐간됐다. 윤 회장이 출간을 지원한 역주본에는 임진왜란과 관련한 연구 성과가 반영됐고, 번역의 오류도 수정·보완했다. 이충무공전서의 원문도 함께 실어 이순신 장군에 대한 문건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그는 대구가톨릭대학 석박사 통합 과정인 이순신학과 개설을 지원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의 신입사원을 데리고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를 찾기도 했다. 엔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에는 이 일을 직접 나서 추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