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기로의 시간-중] 김영섭호 출항 5개월...인적쇄신과 기업문화
[KT 기로의 시간-중] 김영섭호 출항 5개월...인적쇄신과 기업문화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4.03.0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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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KT 대표ㅣKT

KT는 2022년 말부터 새 대표 선임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며 경영혼란을 경험했다. 연임에 도전했던 구현모 전 대표가 정부의 압력 속에 결국 대표이사 후보직에서 내려왔고, 다음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전 KT 사장도 정기 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 자진사퇴했다. 구 전 대표가 임기만료로 사임한 3월 말 이후 5개월 간 KT는 수장 없이 직무 대행 지휘 하에 운영됐다. 대표 선임이 불확실해지면서 주가도 하락세를 탔다. 이러한 '경영공백' 가운데, 실적 왜곡부터 이해관계자로부터 금품 수수 논란까지 내부 임직원의 폭로가 나왔다. 이보다 앞서서는 일부 KT 광역본부에서 계열사 소속 직원 명의로 다수의 인터넷, IPTV 회선을 가개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폭로도 제기됐다.

5개월 만에 김영섭호가 출항하면서 김 대표는 기대와 과제를 동시에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내부 이슈가 반복되는 이유를 회사 내부에 잔존하고 있는 무사안일의 공기업 문화로 꼽으면서, 통신업계에서 유난히 강한 연공서열 중심 조직문화를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T 경영진이 회사를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추진 중이지만, 20년 전의 공기업 문화가 여전히 내부에 남아 있어, 조직이 일체감을 갖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디지코(DIGCO)'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김 대표가 가장 주목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실제 그는 취임식에서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뛰어난 역량이 있으면 핵심 인재로 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수다운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혁신하고 성장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첫 임원인사에서 기존 부사장 대다수를 교체했다. 김 대표는 '이권 카르텔'이란 대내외 비판을 받아오던 구현모 전 대표 산하 인사들을 대거 내보내고, 외부 인사를 대거 중용했다. 그러자 '대규모 인적쇄신'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였다.  

아직까지 내부에서는 조직문화가 개선되지 않고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KT새노조는 지난달 29일 'KT에 또 검사출신 인사, AI기업인가 검찰기업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신임 김 대표가 최근 KT의 비전을 AI 통신기업으로 선언했는데, 인사 내용을 보면 KT의 이미지가 AI기업이 아니라 검찰기업이 더 잘 어울릴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KT이사회가 준법경영을 담당할 컴플라이언스 위원장에 '검찰 특수통' 출신 김후곤 로백스 대표 변호사를 내정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KT그룹에 취업한 검사 출신은 6명이 넘는다. 

김 대표가 인력을 교체하긴 했지만, 정치권이나 검찰인사 중심으로 이뤄지며 논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질책이다. 이석채, 황창규 전 회장에 이어 역대 세번째 외부출신으로 영입된 김 대표는 KT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KT새노조는 "KT에 검사 출신, 정치권 출신 등이 속속 내려오는 상황에서 내부 직원들의 자존감과 애사심은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좌절이 모여서 결국 3등 KT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낙하산이 올 지 직원들 사이에서 벌써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부 인사 및 조직문화에 논란이 많은 만큼 기업경쟁력에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KT 고위급 관계자는 "과거보다 내부 조직문화가 그다지 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내부에서 문화적인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이 조직으로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지, 내리막을 탈지 갈림길에 선 시기"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