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SK하이닉스→마이크론 이직한 前연구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인용..."기술유출문제 심각"
법원, SK하이닉스→마이크론 이직한 前연구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인용..."기술유출문제 심각"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4.03.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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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3.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당하던 연구원의 마이크론 이직에 대한 전직금지 가처분이 인용됐다. 반도체 업계의 '기술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법원이 직접 제동을 걸며 나선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서 D램과 HBM 설계 업무를 담당하던 연구원 A씨가 지난 2022년 7월 SK하이닉스를 퇴사하고 미국 마이크론으로 이직해 임원급으로 제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SK하이닉스는 A씨를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가 해당 신청을 인용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현재 HBM 시장을 SK하이닉스가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에서 근무하며 얻은 기술이 경쟁사인 마이크론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SK하이닉스를 퇴직할 당시 앞으로 2년간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용역, 자문, 고문 계약 등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A씨의 약정이 5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이행 강제금까지 내리는 등, 강력한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술의 유출이 얼마나 중요한 쟁점인지를 법원도 인지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채무자(A씨)가 지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채권자(SK하이닉스)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4세대 HBM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최근 격화된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맥락에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은 지금까지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으나, 지난해 10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 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이후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선 상태다. 

한편, 반도체 업계에서 핵심 기술이 경쟁 업체로 유출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전체 산업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총 96건으로 드러났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