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사적 목적의 정관변경 안돼" vs. 고려아연 "과도한 경영간섭"
영풍 "사적 목적의 정관변경 안돼" vs. 고려아연 "과도한 경영간섭"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4.03.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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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장형진 영풍 고문, (오른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 사

같은 뿌리를 두고 70여년간 동업관계를 유지해온 영풍과 고려아연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관 변경안 등을 둘러싼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정관변경안에 대해 경영권 방어·유지라는 사적 편익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자 고려아연은 영풍도 과거 정관변경안에 동의해준 바가 있다며 반박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영풍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차 반박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건은 그 취지가 엄연히 구별된다는 것이다. 

영풍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은 사실과 다른 거짓 주장으로 견강부회하지 말고, 진정으로 주주 이익 환원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달 19일 열릴 주총 안건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외국 합작법인'뿐 아니라 국내 법인에게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과 보통주 한 주당 5천원의 결산 배당안 등을 제안했다. 

정관 변경안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대한민국 및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경영 추진이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유지라는 사적 편익을 위해 정관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은 2019년 영풍의 정관 변경 목적과 내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동의해줬는데, 영풍은 같은 내용에 대해 단순 반대를 넘어 고려아연의 경영진까지 거론하며 비판하고 있다"며, "영풍의 어불성설과 경영간섭이 도를 넘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영풍 측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안은 취지와 내용이 달라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2019년 영풍의 정관 개정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기존의 신주인수권 관련 조항을 더욱 구체화, 세분화하여 정리한 것"이라며,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 한해서”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제한 규정을 삭제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의 정관에는 애초부터 “외국의 합작법인에 한하여”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었다"며 "영풍이 변경한 정관과 이번에 고려아연이 변경하려는 정관 규정의 핵심이 아예 다르다"고 대별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사실상 국내 기업이나 다를 바 없는 (주)한화 및 현대차 해외 계열사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여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킨 전례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총에서 해당 정관 규정을 삭제하려는 것은 현 경영진이 ‘우호지분 형성’이라는 사적 편익의 수단으로 활용할 소지가 다분하여 이번 정관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정관 변경안과 배당안뿐 아니라 고려아연의 향후 경영권에 있어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지분 경쟁도 이어가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장병희·최기호 공동 창업주에서 출발해 75년간 '한 지붕 두 가문' 경영을 해왔다. 현재 장형진 영풍 고문을 주축으로 한 장 씨 가문은 영풍 석포제련소와 전자 계열사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최 씨 가문은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