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권이형 엠게임 대표…경영난 이겨내고 '장수게임 명가'로 거듭난 비결은
[CEO뷰] 권이형 엠게임 대표…경영난 이겨내고 '장수게임 명가'로 거듭난 비결은
  • 이주희 기자
  • 승인 2024.02.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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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게임 권이형 대표 /엠게임

■ 18년간 엠게임에 '올인'…'최장수 CEO' 권이형

게임업계 최장수 전문 경영인으로 꼽히는 권이형 엠게임 대표는 처음 대표이사직에 오른 지난 2006년 이후 18년째 엠게임을 이끌고 있다.

권대표와 엠게임의 창업자 손승철 회장의 인연은 대학시절 시작됐다. 두 사람은 중앙대학교 전자공학과 동문으로 대학시절 손 회장이 만든 동아리 '셈틀'에 권 대표가 합류했고 이는 대학 졸업 이후 회사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권 대표는 엠게임 설립 초기 포털 개발사업본부와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권 대표는 2006년 손승철 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컴백하면서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앞서 손 회장은 엠게임 설립 이후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박영수 사장에게 국내 사업을 일임했다. 박영수 체제의 엠게임은 당시 성공적으로 흑자전환을 하고 온라인게임과 게임포털이라는 양대 핵심축을 구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손 회장은 산하 개발 조직 및 주요 인력들이 유출되고 있었고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경쟁이 심화된 데 따라 회사의 내실이 헐거워졌다고 판단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손 회장은 스스로 회장직에 올라 국내외 사업을 총괄하는 동시에 임기가 1년남은 박영수 대표를 내보내고 권 대표를 전문경영인 자리에 앉혔다. 이후 권 대표는 회사의 위기를 넘기고 엠게임을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권 대표는 취임 이후 열혈강호의 중국 서비스를 둘러싼 CDC게임즈와의 분쟁을 마무리짓고 당시 연이어 제기되는 매각설을 일축하며 경영을 이어나갔다. 기업공개(IPO) 작업 당시에는 고평가 논란으로 한차례 지연을 겪었지만 권 대표의 지휘 아래 마무리됐다. 권 대표 취임 이후 첫 5년간 엠게임은 500억원 이상 규모의 매출을 유지하며 안정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엠게임의 흥망성쇠 그리고 신사업

그러나 엠게임은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트렌드 전환을 빠르게 읽어내지 못했고 이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한때 어깨를 나란히 했던 넥슨, 엔씨소프트 등 과의 격차를 벌이고 말았다. 매출도 전성기 대비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는 200억원대까지 급감했다. 엠게임은 위기를 혁파할 흥행 신작을 내지 못했고 결국 수익성 악화 사이클에 빠지고 말았다. 한때 1000명이 넘었던 직원도 약 200명으로 줄었다. 신입을 뽑아 교육해 대기업에서 탐내는 인재로 기른다고 붙은 '사관학교'라는 별명도 옛날 이야기가 됐다.

권 대표는 모바일 대응력 부족을 교훈삼아 다른 게임사보다 앞서 신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그리고 2020년 소폭의 반등을 이뤘냈다. 200억원대까지 떨어졌던 연 매출을 400억원대까지 끌어올렸고 12년 만에 영업이익 100억원선도 회복했다.

이는 주요 해외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열혈강호 온라인 매출이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신작 '진열혈강호' 출시 효과도 더해졌다. 그 결과 엠게임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05억원, 179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역대 분기별 매출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마찬가지로 분기 최고 기록인 175억원을 매출을 발생시키면서 호조를 이어나갔다. 또한 분기 별로 43억원, 37억원, 42억원 가량의 영업이익도 기록하며 꾸준히 흑자를 냈다. 

이러한 호조에 힘 입어 지난해 12월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29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150원으로 배당금 총액은 29억원 규모다. 배당주식수는 총 발행주식수 19,543,877주에서 자기주식수 430,748주를 제외한 19,113,129주다. 엠게임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 계획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현금배당은 기업의 순이익을 직접적으로 주주들과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주환원정책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엠게임은 1999년 설립 이래로 현금배당은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2008년 코스닥 상장 이후 수년간 전반적으로 역성장세를 보이는 등의 실적 불안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 '열혈강호2'의 실패로 투자비용 대비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경영위기를 겪기도 했다. 결국 이 위기를 넘겨낸 엠게임은 주주들과 이익을 나눌 수 있게 됐다.

권 대표는 현금 배당 결정과 관련해 “안정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 이를 통해 시장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주주환원정책을 결정하게 됐다”며 “향후에도 안정적인 배당 유지와 점진적인 사업 확대를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경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오랜시간 사랑받은 엠게임의 대표 작품들

엠게임의 대표 게임이자 지금의 호황을 견인하는 작품으로는 ‘열혈강호 온라인’이 꼽힌다. 2004년 중국에 진출한 ‘열혈강호 온라인’은 2019년을 기점으로 '역주행'에 성공해 성과를 냈다. 당시 5월에 실시된 공성전 업데이트와 11월 중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 시기에 진행한 이벤트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2021년 6월까지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35% 가량 증가했다.  2022년 6월에는 늘어나는 동시접속자 수용을 위해 10년 만에 우시 지역에 신규 서버를 오픈해 현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3%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6월에는 통신 인프라가 탄탄한 중국 광저우 지역에 새롭게 서버를 신설해 안정적인 게임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같은 해 8월에는 중국 파너스사인 베이징후롄징웨이 커지카이파(구 17게임)와 직전 계약 465만불 대비 390% 오른 1816만불 규모의 재계약을 체결했다. 10월에는 최고 레벨 확장 및 신규 장비 추가 업데이트에 힘입어 역대 최고 월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2%, 2021년 월 평균 매출 대비 82% 상승한 수치다.

엠게임은 지난해 7월에는 중국 게임사 ‘킹넷’과 열혈강호 온라인 리소스 활용을 허가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275만불(한화 약 36억원) 및 로열티를 지급 받는다. 엠게임은 전민강호의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고, 현지화 작업 후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민강호는 ‘2023 게임 10강(중국 오디오-비디오 디지털출판협회 주최)’에서 ‘우수 모바일게임’, ‘2023 금령상(차이나조이 조직위원회가 주최)’에서 ‘유저가 가장 선호하는 모바일게임상’ 등을 수상하며 호요버스 ‘원신’, ‘붕괴: 스타레일’과 같은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북미와 튀르키예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나이트 온라인’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나이트 온라인은 2002년 7월 공개 서비스를 시작해 올 해로 22주년을 맞는 장수 게임이다. 엠게임은 2022년 기준 엠게임 해외매출 비중은 76%로 이 중 나이트 온라인이 매출 100억원 이상을 달성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이에 엠게임은 지난해 1분기에만 제작년 ‘나이트 온라인’이 한 해 동안 기록한 전체 누적 매출의 65.3%를 벌어 들였다.

엠게임은 지난해 8월 방치형 모바일 게임인 ‘퀸즈 나이츠’를 출시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퀸즈 나이츠는 사전예약 실시 한 달 새 100만명이 넘는 유저를 모았다. 정식 출시 이후에는 9월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게임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엠게임은 올해 1분기 내에 퀸즈나이츠의 글로벌 출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엠게임은 올해 ‘귀혼M’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2006년 경 동시접속자수 5만5000명을 돌파하는 등의 인기를 끌었던 캐주얼 무협 MMORPG인 ‘귀혼’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모바일 게임이다. 귀혼은 국내뿐만 아니라 태국, 일본, 홍콩 등 다양한 아시아 권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권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2024년은 탄탄한 IP인 ‘귀혼’과 ‘열혈강호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 출시로 성공적인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신규 퍼블리싱 게임 발굴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