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마운데 미운, 청년정책
[기자수첩] 고마운데 미운, 청년정책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4.02.18 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온통청년' 홈페이지 캡쳐

청년들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고들 한다. 경기불황이 세대를 가려 닥쳐오는 것도 아니고, 취업절벽은 날이 갈수록 가팔라지기만 한다.

최근에는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며 '내집마련'이 요원한 청년들을 공포로 밀어넣었다. 서울 화곡동 일대는 온통 빨간딱지가 붙은 지역으로, 비교적 집값이 저렴해 사회초년생들이나 신혼부부들이 첫 시작을 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들 한다. 정부와 지자체 등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종류의 청년 정책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지역마다, 구마다, 동마다, 연봉과 연차에 따라 서로 다른 혜택을 지닌 많은 정책들이 있다. 하지만 종류가 너무 많고 조건도 까다롭다. 관심 있게 들여다보며 공부라도 하지 않는 이상 해당 정책들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이사갈 집을 구하기 시작했을 때는 대출은 생각도 하지않았다. 그러나 '전세 기피 현상'에다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조건에 맞는 월셋집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을 따는 것보다도 어려운 듯 하다. 당초 염두에 둔 금액으로는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차, 집을 보여주던 공인중개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대출 이야기를 했다.

"요즘 청년들 대상으로 좋은 정책들이 많아요" "다들 해요"

'다들 한다'는 청년 대상 자금대출정책들은 종류가 다양해 따져봐야 하는 것들이 수십가지였다. 무엇보다 용어가 너무 어려워 아무리 설명을 들어봐도 머릿속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위탁자-수탁자 임차인-임대인도 제대로 구분을 못하는데 확정일자, 특약 요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이런 용어들로 가득한 홈페이지 설명을 들여다봐야 아나운서들이 발음 연습하려고 외우는 문장처럼 느껴질 뿐이다.

대출종류도 얼마나 많은지, 취급하는 기관은 또 왜 이렇게 다양한지, 은행 지점에 따라 대출이 안 되는 곳이 있다는데 그 이유는 또 뭔지. 대출을 한 번 받으려면 관련 정책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다.

이렇게 너무 많은 정책들의 종류와 까다로운 조건, 정책을 설명할 때 동원되는 어려운 용어들이 청년정책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주범들이다. 

이번에 이사를 준비하며 대출을 '공부'해야 했던 기자가 가장 많은 도움을 얻은 곳은 은행도 정부기관도 아니고,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였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을 그대로 올리고, 그것을 미리 경험한 사람들이나 유관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답변을 해준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다 보니 그들의 설명이 은행의 대출상담보다 훨씬 알기 쉬웠다.  

정부에서도 청년들이 이런 정책들의 종류와 용어들을 어려워하는 것을 아는지, 기존의 '온라인청년센터'를 '온통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다양한 청년정책들을 한데 모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정보망을 구축하고 분야별로 청년정책들을 총망라한 데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상담도 지원한다. 

잘만 활용하면 양질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테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주변에 이런 플랫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실제로 기자 주변의 청년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모르는 표정이다. 

'청년들이 살기 어려운 세상' 이런 때에 청년들을 겨냥한 정책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온통청년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정책들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아 놀라기도 했다. 

기왕 이렇게 좋은 정책들을 만들어놨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좀더 효과적인 홍보를 병행해주길 바란다. 또 좀더 쉬운 용어를 사용하면 접근성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경기도 어렵고 취업도 어렵고 '내집마련'도 어려운데,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 접근만이라도 조금 쉬워졌으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