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현대건설 윤영준 "원전사업·신재생에너지로 글로벌시장 선도"
[CEO뷰] 현대건설 윤영준 "원전사업·신재생에너지로 글로벌시장 선도"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4.02.1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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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ㅣ현대건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 후 25년 만에 임원으로, 34년 만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원클럽맨'이다. 윤 대표는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숙련된 수주전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그가 대표로 선임된 2021년,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5조5499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외에도 윤 대표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직접 조합원이 되는 등, 수주 핵심 순간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수주전 승리를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윤 대표는 해외사업과 미래지향적 기술개발을 필두로 회사를 이끌 예정이다. 윤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봉산개도 우수가교(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마주치면 다리를 세우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건설시장의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미래 지향적 기술 개발에 전략적으로 집중하자"고 신년 경영전략을 밝혔다.

■불황 속 해외에서 답 찾아...중동 메가사업 수주, 원전사업 경쟁력 확대

윤 대표가 올해 경영전략에서 글로벌 사업에 방점을 찍은 것은 그간 해외에서 확인한 뚜렷한 성과에 기인한다. 현대건설은 작년 연결 기준 연간 매출 29조6514억원, 영업이익 7854억원, 당기순이익 6543억원을 달성했다. 업계의 불황에도 매출은 전년 대비 39.6% 증가하며, 25조5000억원의 목표를 116.3% 넘어섰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36.6%, 38.9% 증가했다. 신규 수주는 목표치의 11.7%를 달성한 32조4906억원에 달했는데, 이중 해외 수주액이 전년 대비 80.3% 증가한 12조8684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펼친 윤 대표의 과감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폴란드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에서는 사우디 아람코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메가 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내는 등 '잭팟'을 터뜨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샤힌 프로젝트 건설에 본격 착수한 데 이어, 사우디 최대 규모 석유화학 생산시설인 아미랄 프로젝트, 초대형 가스플랜트 증설공사인 자푸라 2단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밖에도 사우디 네옴터널 및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독보적인 기술 및 시공역량을 바탕으로 아람코의 독점적 협력사 지위를 확보해 가격 경쟁 중심의 입찰이 아닌 비경쟁 수주 계약이 기대되고 있다"며 "LNG 등 고부가가치 사업의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2023년 6월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50억달러 규모(한화 약 6조5000억원)의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 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아랫줄 오른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압둘카림 알 감디(Abdulkarim Al Ghamdi) 아람코 부사장, 프랑수아 굿(François Good) 토탈에너지 부사장(아랫줄 오른쪽부터).ㅣ현대건설
현대건설은 2023년 6월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50억달러 규모(한화 약 6조5000억원)의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 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아랫줄 오른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압둘카림 알 감디(Abdulkarim Al Ghamdi) 아람코 부사장, 프랑수아 굿(François Good) 토탈에너지 부사장.ㅣ현대건설

원전사업으로도 새 지평을 여는 모양새다. 윤 대표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원전사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고수익성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현대건설은 대형 원전 외에도 △소형모듈원전(SMR) △원전해체 △사용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전 생애주기에 걸친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 미국 홀텍사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 SMR 최초 호기 설계에 착수하고, 15개 이상 국가에 공동진출을 추진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에 대한 입찰신청서를 냈다. 현대건설을 포함한 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으며, 사업 규모는 120억유로(약 16조8천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이 이를 수주할 경우,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첫 해외 대형원전 수주가 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원전시장 선점에 집중해 원전사업의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이에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사를 설립해 동유럽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하는 등 신시장 진출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및 주택 사업서 '지속가능한 성장' 도모

현대건설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융복합 기술 혁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회사는 수소,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와 미래형 주거공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먼저 국내 최초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의 기본설계와 제주 12.5MW 그린수소 생산 실증 개념설계를 수행하며 확보한 수소 플랜트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또 CCUS 분야에서는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의 사전 기본설계를 수행, 이산화탄소 저장 분야의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보령 청정수소사업, 파푸아뉴기니 LNG 다운스트림 사업 등을 통해 관련 기술 역량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2023년 3월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오른쪽)과 한수원 황주호 사장이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사업 및 기술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ㅣ현대건설
2023년 3월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오른쪽)과 한수원 황주호 사장이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사업 및 기술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ㅣ현대건설

주택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융합, 실증시설을 통한 연구개발로 미래형 건강주택을 구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층간소음 연구 및 실증시설 'H 사일런트 랩'을 본격 가동하고, △바닥시스템 △평면 및 구조 △저주파 제어기술 △소음감지 알고리즘 등을 통합한 'H 사일런트 솔루션 패키지'를 구축한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현장 적용 가능한 층간소음 저감 1등급 기술을 확보하는 등 '층간소음 제로'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 중"이라면서 "각각의 기술을 고도화·상용화함으로써 최상의 주거가치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