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하나·메리츠·신한證 발목잡는 해외부동산 투자
미래에셋·하나·메리츠·신한證 발목잡는 해외부동산 투자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4.02.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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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각 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로 인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15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사 커버리지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총액은 14조4000억원이다. 이중 부동산펀드 및 리츠·지분투자 형태가 8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의 익스포저가 각각 6조6000억원, 5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용도별로는 상업용 부동산이 8조8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통상 완공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임차 수익)을 수취하는 구조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원격근무로의 전환 기조가 사무공간의 수요를 크게 감소시켰다. 이에 2023년 4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9.6%로 역대 최고 기록(19.3%)을 경신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NH·하나·메리츠·신한·대신증권이다. 이들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약 31%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부담이 높은 증권사들의 실적 저하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특히 하나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26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신한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75.5% 급감한 1009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8% 줄었다. 메리츠증권은 28.8% 감소한 59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미래에셋·하나·메리츠·신한투자증권의 2023년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 규모가 상당한 점을 고려할 때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해 대규모 손실인식을 단행한 것이 실적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들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을 크게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전망됐다. 약 3조6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해서는 아직 손실을 한 번도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임차수요 감소와 고금리 기조 지속이 해외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향후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 발생 여부와 금융지주회사의 재무적 지원 규모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종합해 필요시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