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2024]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증권사 인수가 체질 개선 ‘키’
[금융 2024]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증권사 인수가 체질 개선 ‘키’
  • 노이서 기자
  • 승인 2024.02.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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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부진한 1년차 성적표를 받았다. 금융지주 3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 데다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하락하면서 수익구조는 더 극단적으로 은행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업금융 명가 위상을 되찾는 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비은행 비중 확대, 디지털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전반적인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장 효율적인 해결 방안은 증권사 인수로 꼽히고 있다. 증권사 인수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함으로써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금융 명가 재건 목표에도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 지난해 실적 부진, 일회성 비용 때문? 

우리금융의 2023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5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실적 성장을 이뤄낸 KB금융을 제외하면 신한금융은 6.4% 감소했고 하나금융은 3.3% 줄었다. 우리금융 순이익 감소폭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컸다.

우리금융은 민생금융 비용과 대손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지주사들 실적에도 이같은 일회성 요인이 반영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의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금융 순이익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2조5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한 데다 비은행 계열사인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도 각각 전년보다 45.3%, 30.1%씩 감소했다. 순영업수익은 9조8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이중 이자이익은 8조7425억원으로 전년보다 0.5% 늘었고,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1조948억원으로 4.7% 줄었다.

그룹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강조하면서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내세웠으나 이 역시 대규모 대손충당금이 발생하며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증권사 인수, 체질 개선 이룰 수 있는 ‘핵심 키’

임 회장의 증권사 인수 청사진이 결국 체질 개선, 실적 반등을 꾀할 수 있는 핵심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두고 있지 않은 가운데 가장 먼저 증권업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임 회장은 입맛에 맞는 중대형 증권사 매물이 없어 소규모 증권사로 눈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와 함께 소형 증권사의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후보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곳은 포스증권이다. 포스증권은 2013년 설립된 온라인 펀드 전문 업체다. 자본금 1천억원도 안 되며 최근까지 연간 약 7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포스증권을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일단 효율적인 금액으로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고 그룹 자본 비율에도 영향이 거의 없다. 사업적 시각에서 보면 주식 중개 업무와 우리종합금융의 종금사 업무를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증권사를 흡수한 우리종금은 기업공개, 회사채 발행 등 증권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존 발행어음 사업 규모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증권사와 합쳐진 우리종금은 주력 부문이자 우리은행과 겹치는 부문인 여수신 비즈니스를 줄여 그룹의 사업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선택지도 있다. 나아가 우리은행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으로 탄탄한 대기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이 추가됨으로써 종금사의 한계를 깨고 기업 생애주기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증권사 인수는 비은행 경쟁력 제고와 기업금융 명가 재건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일거양득의 수인 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 회장이 ‘관치 논란’ 속 지난해 우리금융 수장으로 뽑힌 것 또한 비은행 경쟁력을 확대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비금융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경험이 있어서다. 임 회장은 2014년 농협금융지주 수장으로 있던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를 주도했고, NH투자증권은 현재 농협금융의 효자 계열사로 성장하면서 금융인 임 회장의 핵심 성과로 남아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부사장은 최근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인수합병의 원칙은 적정 자본 비율 내 건전경영과 주주이익 극대화,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라면서 “증권업 진출을 위해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잠재 매물이 검토 가능한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 언급되고 있는 곳도 검토 대상 중 하나”라며 “인수합병의 큰 원칙은 변경된 것이 없고 온라인 펀드 증권사 인수 여부는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 =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