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4대 금융 비이자이익 늘고...비은행 비중은 오히려 낮아져
[분석] 4대 금융 비이자이익 늘고...비은행 비중은 오히려 낮아져
  • 노이서 기자
  • 승인 2024.02.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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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금융지주의 연말인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대부분 내년 경기침체와 업황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규모 인사이동보다 조직개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위의 왼쪽부터 시계 방향) 각각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br>
국내 4대 금융지주의 2023년 비이자이익이 큰 폭 늘어났지만 비은행 비중은 오히려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위의 왼쪽부터) 각각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국내 4대 금융지주가 2023년에는 비이자이익을 50% 이상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2022년 사상 최고 실적을 낸 핵심 원인이 이자이익으로 꼽히면서 이자 장사 비판을 받아왔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반면 은행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모습을 보였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올해는 내실 강화 및 인수합병 등 방법을 총동원해 은행에 편중된 수익 의존도를 낮추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비이자이익은 합계 10조5189억원이다. 전년 보다 53.8%나 증가했다. 

특히 KB금융이 비이자이익에서 4조874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0.4% 증가한 수치다. 비이자이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수료 이익에서 성과를 냈고 기타영업손익을 유가증권이나 파생상품 등 관련 실적을 통해 흑자로 돌리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금리와 주가지수 등 금융시장 변동에 적시적으로 대응하고 운용자산 포트폴리오를 기민하게 다변화해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 외환 관련 실적이 크게 확대됐다”며 수수료 이익 증가 원인을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비이자이익은 1조907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신한금융도 3조4295억원으로 51% 증가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1조1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생금융 등 일회성 비용 영향을 제외하면 10% 가량 증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투자상품 수수료, 운용사 수수료, 카드 수수료, 외환 수수료 등 전체 비이자이익에서 실적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다만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으나 비이자이익 개선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LS 시장 자체가 위축돼 있어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비이자이익 실적에는 먹구름이 드리울 가능성이 높다. 홍콩H지수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며 은행들이 ELS 관련 신탁 상품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이 ELS를 통해 대규모 수수료 수익을 냈던 것을 감안하면 ELS 관련 신탁 수수료 감소는 비이자이익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우리은행을 제외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은행 의존도는 대부분 상승했다. 비은행 사업을 확대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던 목표에 제동이 걸렸다.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한 KB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66%로 전년(2022년)과 비슷한 수준을 지켜내며 가장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한금융은 65%로 전년 대비 4% 올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은행 의존도는 90%가 넘어 각각 94%, 99%에 달해 수익구조가 극단적으로 은행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의 경우 은행 의존도가 2021년 67.1%를 기록했으나 점차 올라가더니 8년 만에 다시 90%를 돌파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볼륨을 키워야 하는 곳은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 있다”며 “증권이나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서 영업력 강화를 포함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을 통해 비은행 부문 성과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와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가 가장 빈약할 수밖에 없다. 올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증권업 진출을 위해 잠재 매물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2013년 설립된 포스증권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4대 금융 순이익 역성장…‘착시’라는 의견도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총 14조9682억원으로 전년보다 3.6% 감소했다. 비이자이익과 비은행, 순이자마진(NIM) 등 모든 부분에서 탄탄한 펀더멘털을 보인 KB금융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두 역성장 했다.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63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역대 최고 실적으로 리딩금융 자리를 재탈환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자산 조정 효과가 반영되며 NIM이 개선되고, 증권과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이자이익 기여도가 확대된 덕분이다.

반면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조3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고, 같은 기간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3.3%, 19.9% 감소한 3조4516억원, 2조5167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은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영역에서 큰 성장을 거두지 못한 데다 리스크 해소를 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을 받았다.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합계 8조9931억원에 달했다. 이중 KB금융은 3조1464억원, 신한금융 2조2512억원, 하나금융 1조7148억원, 우리금융 1조8807억원을 각각 적립했다. 상생금융 비용 역시 각각 3720억원, 3100억원, 3557억원, 2760억원 발생했다.

대손충당금과 상생금융 등 관련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4대 금융의 순이익은 오히려 더 많을 수 있다. 역성장은 ‘착시’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4대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4대 은행들의 합계 당기순이익은 12조3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점도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비즈트리뷴 =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