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수 협상 결렬, 원점으로 돌아간 'HMM 주인찾기'
[이슈] 인수 협상 결렬, 원점으로 돌아간 'HMM 주인찾기'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4.02.0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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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의 HMM 인수가 불발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림의 팬오션·JKL컨소시엄과 산업은행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HMM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7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되었다고 알렸다. 산은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 팬오션·JKL컨소시엄과 지난 12월 20일부터 약 7주에 걸친 기간 동안 주식매매계약 및 주주간계약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밝혔다. 

본래 1차 협상 기한이었던 지난 1월 23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해 2주 기한까지 연장해가며 협상을 위해 애쎴지만, 결국 결렬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림그룹은 "매우 안타깝다"며 협상 결렬에 유감을 표하면서,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과 (매매인의) 입장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매각 측과 의견 차 좁히지 못해

지난해 12월 21일 미팅을 시작으로 협상에 나선 양측은 인수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차 기한 연상 당시 협상에서 하림 측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의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 달라는 요구를 제시했다.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인수자인 하림의 HMM 지분율은 57.9%에서 38.9%로 줄어드는 반면, 산은과 해진공은 각 16.4%씩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산은과 해진공이 HMM의 경영권에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생긴다고 생각해 요청되었으나, 해당 사실이 여러 우려를 낳자 곧 요청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지분 의무보유 기간 예외 적용' 문제가 마지막까지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짦은 시간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재무적투자자 입장을 고려해 JKL파트너스가 제한 기간인 5년보다 이른 시일에 지분을 처분할 수 있도록 매각 측에 요청했으나, 매각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도 협상 과정에서 HMM 현금 배당 제한,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 다양한 사안이 테이블에 올랐으나 매각 측이 난색을 표하며 조율 과정이 쉽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협상 결렬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 "인수 무산 유감...실질적 경영권 없는 거래 어렵다"

하림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협상이 무산된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림그룹의 HMM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있었지만, 하림그룹은 자체 자금, 인수금융, FI 등을 통해 8조원 정도의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수립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달 하림그룹은 HMM이 보유한 10조원 가량의 유보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에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하림은 "선대 규모나 경쟁력에서 HMM을 훨씬 앞서는 글로벌 1,2위의 해운사들은 훨씬 많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특히 불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유보금을 타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협상결렬과 관련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지막으로 ”이번 HMM 인수협상 무산에도 불구하고 벌크전문 선사인 팬오션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물류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