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재용, 1심 무죄...'사법리스크' 브레이크-'뉴삼성' 시동 건다
[이슈+] 이재용, 1심 무죄...'사법리스크' 브레이크-'뉴삼성' 시동 건다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4.02.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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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 화면 캡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지난 2020년 9월 1일 검찰에 기소된 이후 1252일, 긴 기다림 끝의 좋은 소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회계장부 조작 및 주가 조작 등 부당행위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했다. 

이날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무죄 선고를 내린 만큼,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부터 한숨을 돌리고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거라는 시각이다.

■1심 선고, 검찰의 혐의와 재판부의 판단은?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이 대주주로 있었던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봤다.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재일모직 주가는 높이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는 부당행위를 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골자였다.

특히 검찰은 2012년 12월 이 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던 시기에 완성된 '프로젝트-G'라는 문건에 따라 회사가 이 회장의 승계 계획을 사전에 완성했고, 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그룹 차원의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또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하면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증대 기회를 상실케 했다며 재산상 손해를 가한 혐의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부당행위라고 판단할 어떤 증거도 없다'고 판결했다. 양사의 주식 간 합병 비율을 불공정하게 산정했다고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고, 이에 따라 합병 과정에서 불법행위와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검찰이 이 회장의 유리한 승계를 위해 작성되었다고 본 '프로젝트-G' 역시 "기업 검토에서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내부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 종합 보고서"라고 판단, "검찰의 주장처럼 약탈적 승계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양사의)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어 합병의 주 목적이 이 회장의 승계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 주가와 증권사 리포트 등을 봤을 때 (합병이)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이재용 회장 및 그와 함꼐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0

사진=비즈트리뷴

■ '사법리스크' 브레이크, '뉴삼성' 시동

이번 무죄 판결로 이재용 회장도 한숨 돌리게 됐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재판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꼬박 9년째가 되는 '사법 리스크'에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지만, 2심이 진행되더라도 주요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가 정리된 상태라 전개 속도가 1심보다 빠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무죄 선고 직후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이 회장에게 줄곧 제기되어 왔던 경영권 승계의 부당성이 일단 잠잠해질 것이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에 속도가 붙으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조심스러웠던 대규모 투자 결정과 M&A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지난해 미국 애플에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인텔에 반도체 1위 자리를 탈환당한 만큼 삼성전자는 새로운 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반도체 뿐 아니라 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 글로벌 기업 간에 활발히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한발짝 물러서있던 삼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 '뉴삼성' 본격 가동을 위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부활할 것인지 등, 향후 삼성의 조직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