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당합병' 1심 내일 선고…삼성전자 사법리스크 중대 기로
이재용 '부당합병' 1심 내일 선고…삼성전자 사법리스크 중대 기로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4.02.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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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ㅣ사진=뉴스화면 캡처

올해 삼성전자 경영행보에 전환점이 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1심 선고가 이번 주 나온다.

지난 3년 5개월 사법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며 경영 보폭을 좁힌 이 회장에게 이번 선고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오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에 대해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 회장이 2020년 9월 기소된 후 3년 5개월 만에 법원이 내리는 첫 판단이다. 본래 지난달 26일에 선고될 예정이었으나, 선고 기일이 한 차례 연기됐다.

검찰은 2015년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고의로 하락시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부당하게 촉진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회장이 제일모직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5억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이 회장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의 부실 가능성에 대응해 합병이 필요했던 것이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결심공판에서 "합병 과정에서 제 개인적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면서 "제 지분을 늘리려고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또한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법리스크 속 성적 부진...무죄 시 경영 폭 확대

이재용 회장에 대한 재판은 지금까지 총 106회 진행됐다. 피고인은 공판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공판 참석이 의무인 만큼, 이 회장은 대통령 순방 같은 중요 일정을 제외하고 95회 법정에 출석했다. 2022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33회 서초동 법정을 찾았다.

사법리스크의 여파는 컸다. 이 회장이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 감소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4년 동안 유지한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최고 자리도 현대자동차에 넘겨줬다.

주력 분야인 반도체 부문은 작년 14조88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세계 반도체 매출 기업 1위 자리를 2년 만에 인텔에 양보하게 됐다. 또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 부문(출하량 기준)도 애플에 밀려 선두 자리를 잃었다.

대형 인수합병(M&A)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의 M&A 빅딜은 2017년 이 회장이 직접 주도한 하만(Harman)과의 큰 합병 거래가 마지막이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삼성에 대한 대형 투자를 망설이게 만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책임 경영' 강화 노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회장에 오른 이 회장이 아직 미등기 임원을 유지하는 것도 법적 리스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 회장과 삼성전자의 미래 방향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죄 판결이나 유죄 판결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될 경우, 이 회장의 경영 활동 범위는 확대될 수 있다.

이 회장은 법정에서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반대로 실형 선고가 이뤄진다면 이 회장과 삼성전자의 주도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재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