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4m짜리 즉석식품 코너" 롯데마트가 내놓은 식품 특화 매장 '그랑 그로서리'
[현장] "44m짜리 즉석식품 코너" 롯데마트가 내놓은 식품 특화 매장 '그랑 그로서리'
  • 권재윤 기자
  • 승인 2024.02.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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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은평점 그랑 그로서리 입구 전경 ㅣ 비즈트리뷴

2024년 대형마트의 트렌드 중 하나는 '특화 매장'이다. 얕고 넓은 상품군 대신 깊고 좁은 하나의 상품군을 특화한 매장이 특징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서울 은평구의 롯데마트를 '그랑 그로서리'로 리뉴얼 오픈했다. 그랑 그로서리는 매장 상품의 90%를 식품으로 편성한 '식품 특화 매장'이다. 롯데마트가 내놓은 새로운 포맷의 매장은 어떤지, 현장을 직접 방문해봤다.

44m 길이의 롱 델리 로드 모습 ㅣ 비즈트리뷴

2일 오후 1시, 평일이지만 그랑 그로서리는 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구 쪽에는 롯데마트 직영 베이커리인 '풍미소'가 빵냄새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 옆으로 다양한 즉석, 간편식 코너가 무려 44m 길이로 나열되어 있었다. 연어, 광어, 참치회 등을 즐길 수 있는 '요리하다 스시'는 이미 포장되어 있는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직원에게 부탁해 새로 회를 주문해 구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람이 가장 많았던 '요리하다 키친'은 어마어마한 종류의 음식을 자랑했다. 각종 치킨, 튀김, 구이, 스트릿푸드, 간편요리까지 다양한 조리 음식들이 손님을 유혹한다. 또한 그 옆에는 미국식 중국음식점을 연상케 하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중국요리들을 원하는 만큼 주문하면 포장해주는 서비스다. 이 이외에도 채식인들을 배려한 '제로미트존'도 눈에 띄었다. 다양한 대안육 제품들을 모아놓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그랑 그로서리는 국내 대형마트 매장 중 가장 많은 종류의 즉석 조리 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지난해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그랑 그로서리에 대해 선포하며 "롯데마트의 그로서리 역량을 총집약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좌) 커피 특화존 (우) 냉동식품 특화 존에 PB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ㅣ 비즈트리뷴

사실 식품 특화 매장은 '그랑 그로서리'가 국내에서 처음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2년 전 부터 식품 특화 매장인 '메가푸드 마켓 2.0'을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같은 식품 특화 매장으로, 그랑 그로서리는 메가푸드 마켓과 기본적인 포맷은 비슷해 보였다. 자체 PB브랜드 위주의 다양한 즉석식품을 입구에 배치해 소비자를 사로잡고, 그 외 인기 상품군인 육류, 라면, 커피, 냉동식품 등을 특화해 진열해 놓는 형식이다. 

롱 델리로드를 지나자 육류 코너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국내산, 미국산, 호주산 등 다양한 소고기를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랑 그로서리의 육류 코너에서는 '숙성육' 특화존이 마련되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고기를 구매할 수 있다. 

한편, 라면만을 모아놓은 라면 특화존도 있다. 벽면 가득 라면이 진열된 모습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편의점 CU의 '라면 라이브러리'를 연상케 했다. 그 옆으로 커피 특화 존과, 주류 코너가 이어져있다. 

냉동식품 존에서는 롯데마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PB브랜드 '요리하다'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냉동 밥, 튀김, 밀키트 등 조리식품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메뉴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국내 대형마트 중에서는 롯데에서만 판매하는 '도쿄 바나나' 상품이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은 모습이었다. 반면, 그랑 그로서리는 식품 특화 매장인만큼 생활용품 코너는 한 켠에 작게 마련되어 있었다. 

그랑 그로서리 가정 간편식 코너 ㅣ 비즈트리뷴
그랑 그로서리 가정 간편식 코너 ㅣ 비즈트리뷴

지난해부터 롯데마트는 슈퍼와 통합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랑 그로서리'는 롯데마트 변화의 첫 발자국으로, 롯데마트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롯데마트 측에 따르면 롯데마트 은평점은 그랑 그로서리로 리뉴얼 한 후 매출이 10% 신장했고 객수는 15% 증가했다. 매출 신장률은 기대한 것 보다는 낮은 수치인데, 은평점이 그랑 그로서리 첫 매장으로 높은 리뉴얼비가 반영된 것의 영향이다. 

롯데마트가 식품 특화 매장을 내놓은 것은 결국 대형마트의 본질은 '식품'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들이 침투하기에 한계가 있는 영역이 바로 '식품'이다.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의 대부분이 식품을 구매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그랑 그로서리는 델리 전문 매장과 PB상품 강화를 통해 손님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마트와 슈퍼의 통합소싱으로 인해 수익성 제고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식품 특화 매장의 장점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이해나 연구원은 "그랑 그로서리는 사실상 마트 사이즈를 가진 슈퍼마켓이기 때문에 식료품 주문량이 기존 슈퍼 대비 높아진다. 주문량의 증가로 식품류에 있어 통합 소싱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해 통합소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매출총이익률이 지난해 4.5% 상승했고, 올해는 0.3%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연구원은 또 "2023 년 PB 상품 브랜드 ‘오늘좋은’(식료품, 일상용품), ‘요리하다’(간편식)를 런칭하며 카테고리별로 존재하던 PB 상품 브랜드들을 하나로 통합했다"며 "고물가 시기 고객의 수요와 맞물려 저렴한 PB 상품은 고객 유인과 이익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비즈트리뷴 =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