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삼성전기-LG이노텍, 불확실한 전망 속 신사업만이 살 길이다
[분석] 삼성전기-LG이노텍, 불확실한 전망 속 신사업만이 살 길이다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4.02.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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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즈트리뷴

전자부품의 양대 강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에 힘입어 다소 부진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IT 시장이 회복세로 들어설 만한 명확한 모멘텀이 없는 현 상황에서 양사의 올해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 양사는 신사업 전환과 확대, 다각화 등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역량을 다할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연간 영업익 6394억원으로, 전년 대비 45.9%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9조 9094억원으로 집계됐다.

LG이노텍은 연간 매출 20조 6053억원, 영업이익은 8308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전기보다 훨씬 우세한 성적표를 받았고 연간 매출도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긍정적이다. 특히 4분기 실적의 경우 아이폰15 효과에 힘입어 매출 7조 5586억원, 영업이익 4837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매출의 대부분을 주고객사 애플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애플 중심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애플 스마트폰에 공급하고 있는 카메라 모듈 사업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을 제조하는 광학사업부 매출은 전체의 77%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비중을 자랑한다.

LG이노텍의 '애플 중심' 포트폴리오는 회사 실적이 아이폰 판매량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판매량이 기대치를 하회하며, LG이노텍 실적도 덩달아 급감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우려가 크다.

신영증권 최준원 연구원은 "전략고객사(애플)의 주요 제품 1/4이 중국向 제품이지만,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스마트폰과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전략고객사의 신제품 출시가 없는 상반기는 LG이노텍의 비수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올해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 이규하 연구원도 "올해 북미 업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중국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제한적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등으로 전년비 7.2% 감소할 것"이라며, LG이노텍의 고객사 판매가 둔화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CES 2024에서 'Mi-RAE'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반면 삼성전기는 MLCC, 카메라모듈, 반도체기판, 자동차 전자장비 등 매출 품목이 다양하고 고객사도 다양화되어있는 만큼, 부진한 실적과 불안정한 업황 가운데서 또다른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 LG이노텍과 비교해 좀더 쉬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주력 사업인 MLCC 가격 하락과 반도체기판의 가동률 조정, 경쟁사들의 공격적 투자와 양산 등 다양한 이슈로 지난해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삼성전기는 연초부터 미래산업 구조 전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프로젝트 '미-래(Mi-RAE)'를 중심으로 신사업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Mi-RAE'에 대해 발표하고 "미래 산업의 기술 실현은 반드시 부품, 소재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장(Mobility industry) ▲로봇(Robot) ▲AI·서버(AI·Server) ▲에너지(Energy) 등 4개 분야의 머리글자를 따 지어진 'Mi-RAE'를 삼성전기의 변곡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글라스 기판, 실리콘 캐패시터,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소형 전고체 전지 등 최근 다양한 산업계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부품들을 생산하며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주력 제품인 MLCC의 업황도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는 분석이다. DB금융투자 조현지 연구원은 "MLCC 업황은 저점을 형성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1분기까지는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실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플래그십 모바일을 중심으로 고사양 MLCC 수요가 지속 증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고사양 MLCC 수요가 회복될 것인 만큼, 사업부 전반의 가동률 상승과 믹스 개선 등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광수 연구원 또한 "PC 부문 부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신뢰성 MLCC, AI 서버/네트워크 고부가 기판의 수요가 견조하게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또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전장용 MLCC 수요도 지난해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도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FC-BGA 기판.

LG이노텍도 애플 외 또다른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사업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CES 2024에서 '모바일에서 전장으로'의 주력 제품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현재 모바일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광학솔루션 분야의 역량을 바탕으로 차량, XR 등 신규 분야로 확장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은 최근 차량 모터를 생산하는 경기도 평택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 결정에 대해 LG이노텍이 전장 사업의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하고, 향후 사업 확장성이 용이한 곳으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생산 거점 효율화를 통해 전장사업을 재편하고 본격적인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평가다.

AI 반도체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LG이노텍은 경북 구미에 신공장 증설을 마치고 FC-BGA의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전기도 올해 베트남 신공장을 가동해 생산물량 확대에 나선다. PC와 서버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며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비즈트리뷴=하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