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대학시절 창업한 회사, 1兆 '대어'로 키워낸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CEO뷰] 대학시절 창업한 회사, 1兆 '대어'로 키워낸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 이주희 기자
  • 승인 2024.01.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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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에이피알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에이피알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조단위 기업공개(IPO)를 예고하며 올해 첫 IPO 시장 '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대학 시절 '에이프릴스킨'이라는 사명으로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어 현재 뷰티 디바이스 등을 내세워 성장을 가속화 하고 있다.

■ 88년생 대표가 이끄는 젊은 조직 에이피알

에이피알의 특징은 '젊은 조직'이다. 에이피알을 이끌고 있는 김병훈 대표는 1988년생 용띠로 직원 평균 연령 또한 30대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과거 온라인 광고 대행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중이었던 2014년 에이피알을 설립했다. 에이피알은 설립 3년 만에 매출 630억 원을 기록해 뷰티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기존 사명인 에이프릴스킨의 앞글자를 따와서 에이피알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화장품에 이어 현재는 메디큐브 브랜드의 뷰티 디바이스인 AGE-R과 의류 브랜드 널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AGE-R&화장품) 등 화장품 브랜드를 필두로 포토그레이(무인사진관), 널디(패션), 포맨트(향수), 글램디바이오(건강기능식품) 등을 가진 연 매출 4000억원 규모의 뷰티 테크 업체로 성장했다. 국내외 자사몰을 중심으로 성장한 에이피알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비중은 자사몰 55%, 홈쇼핑 13%, 기타 온라인 10%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98% 증가한 3718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277.7% 증가한 698억원을 기록했다. 브랜드별 매출 비중은 뷰티 디바이스(39.3%), 화장품(42.2%), 의류(15.4%), 기타(3.1%)로 구성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률은 11.9%p 개선되었는데, 이는 2022년 집행한 TV 광고 집행 비용의 증가와 이월재고의 할인판매로 인한 원가율 상승 때문이라고 대신증권은 분석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 점유율은 에이피알이 32.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간 실적을 견인한 사업부문은 2018억원의 매출액으로 전년 대비 56.7% 성장한 뷰티였다. 수익률 및 인지도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는 브랜드는 '메디큐브'로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특히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 부문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2021년 출시한 AGE-R 1세대로 인해 2022년 뷰티 디바이스가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면서 2021년 대비 53.5% 성장했다. 2022년 1년 간 60만대의 뷰티 디바이스를 판매했던 에이피알은 올해는 상반기 만에 50만대를 판매하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기준 국내외 예상 디바이스 판매량은 약 105만대이며 2024년 목표 디바이스 판매량은 200만대 이상이다.

대신증권은 뷰티 디바이스가 화장품과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화장품 매출액도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에이피알에 따르면 디바이스 출시 후 ‘메디큐브 화장품 매출액’ 변화는 667억원(2020년 3분기누적)에서 1060억 원(2023년 3분기 누적)으로 약 59% 성장했다.

이 같은 뷰티 디바이스의 높은 인기에 김 대표는 지난해 3월과 5월 '아이샷'과 '바디샷'을 연달아 출시했다. 또 최근 들어선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브랜드 최초의 오프라인 상설 매장을 내는 등 판매채널 다변화와 고객 접점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김 대표가 이뤄낸 성과 중에서도 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해외 시장 진출이다. 올해 상반기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은 800억원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특히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미국의 경우 매출이 전년 보다 80% 가량 뛰었다.이는 아마존 등을 통한 온라인 판매 정책과 현지 뷰티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국 플랫폼 콰이쇼우에서 진행한 왕홍 '쉬샨'의 라이브방송에서는 시작과 거의 동시에 뷰티 디바이스 1만개가 전체 매진됐다.

■ 상장 일정 돌연 2주 연기…이유는?

이처럼 탄탄한 성과와 성장 가능성으로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에이피알은 기관 수요예측을 목전에 두고 돌연 상장 일정을 이달 22일에서 내달 2일로 연기했다. 이에 우리사주 청약과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일정, 상장일 등도 최대 15일가량 밀렸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금감원의 추가 설명 요청에 따라 지난 17일 장 마감 후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증권신고서는 IPO 일정에 돌입한 기업들이 상장 첫 단계인 기관 수요예측에 앞서 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주주 구성이나 잠정 실적 등 기업 정보, 희망 공모가 등 공모정보, 투자위험요소 등을 금감원에 제출하는 서류로 투자자들은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에이피알이 새롭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일정 외 매출이나 총 공모주식 수, 공모가 희망 밴드, 예상 시가총액 등의 수치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에이피알은 피부 미용기기 수출입 현황, 미용 기기의 기업별 국내 점유율, 제품 보증기간, 대여금 거래 내역, 소송이나 우발부채 관련한 투자 위험 등 내용을 새 증권신고서에 추가로 기재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내용들이 기존 증권신고서보다 더 늘어난 셈이다.

다만 지난해 초 시장 관심을 끈 일부 대어들이 상장을 앞두고 일정을 연기했다가 최종 철회한 사례가 있어 예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에이피알이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난해 11월은 연간 실적 집계치 전망이 비교적 수월한 시기로, 상장 전 실적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했다. 상장사 실적 논란은 지난해 8월 유니콘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가 상장 후 저조한 실적이 공개돼 주가가 폭락했던 '파두 사태'에서 발생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증권신고서 심사 절차를 강화했다. 

에이피알은 이번 증권신고서 재제출을 통한 상장 연기가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에이피알의 과거 경영 활동 중에 발생한 최대 주주 지분 변동 등 설명을 추가로 요청받았고, 관련된 내용을 모두 소명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2월 가결산 실적도 추가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도 자신했다. 

이번 상장 일정 연기에 따라 에이피알은 내달 14일 일반 청약을 실시할 전망이다. 총 공모주식은 37만9000주(신주 30만9000주, 구주 7만주)로, 구주는 김 대표가 내놓는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1149억~1조5169억원이다.

[비즈트리뷴=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