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제도권 진입③한국] 시장성숙도 기대하는 시기...시세조종 방지가 관건
[가상화폐 제도권 진입③한국] 시장성숙도 기대하는 시기...시세조종 방지가 관건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4.01.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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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과 금융감독당국 전담부서 마련 등이 확정되며 국내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과 같은 가치를 가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의 고공행진, 투자자 유입도 예상되고 있다. 물론 그레이스케이발 매도세와 차익실현 움직임으로 비트코인은 조정 단계에 들어갔지만 전체 시장 컨센서스는 2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 대형 전통자산운용사에 근무중인 한 애널리스트는 "디지털 금이라고 말하는데 현물 ETF 승인으로 정말 그렇게 됐다"며 "아직까지 인식적으로 전통자산에 넣기는 어렵지만 포트폴리오에 자산 편입을 시킬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처럼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나 화폐 방어 수단으로 어느 정도 점유율을 가져가는 정도로 보고 있다"며 "다만 '정말로' 화폐처럼 사용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일부 경제난을 겪거나 중앙정부의 화폐통제능력이 상실된 국가들에서는 비트코인 달러와 함께 자산보존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일반화하기 어려운 단계라서 쉽사리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 2023년, 크립토 본격적으로 제도권 편입...업계 내 메타도 변화

업계에서는 지난 2023년을 "크립토 윈터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한 국내 주요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초 비트코인 가격은 2만 달러 초반이었는데 연말 비트코인은 4만6000달러대를 돌파하며 1년새 약 2.5배 올랐다"며 "비트코인 전고점이 6만6000달러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더이상 침체기로 부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적으로는 유럽연합(EU)의 미카법(MiCA) 규제 등이 마련됐고 국내도 김남국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 내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지난 한 해를 정리했다. 그는 트렌드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탈중앙금융(디파이)이나 대체불가토큰(NFT) 등 특정 영역들이 두각을 드러냈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NFT의 경우 블록체인 게임과 함께 거론되며 시장 기대감을 자극해왔지만 최근에는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메타버스 등의 인기 추세(메타)도 하락하고 있다. 최근에는 넷마블 내 메타버스 전문계열사 메타버스월드는 최근 사원 전원에 대한 권고사직을 했다고 알려진 바 있으며 컴투스 역시 2023년 상반기까지 83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며 작년 하반기 경영효율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NFT와 메타버스를 두고 "지난 수년간 새로운 무엇인가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지만 사실상 자기 캐릭터를 가지고 진행하는 3D게임과 비슷한 느낌"이라며 "결국 '본업을 잘 해야 살아남는다'는 말은 여기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내 생태계가 유저를 끌어모으려면 그래픽 퀄리티부터 영상미, 운영 체계 모든 것이 중요한데 메타버스를 강조한 기업들 중 기존 게임만큼 이런 본질적인 부분에 신경쓴 곳들은 몇 없는 것 같다"고 실패 요인을 지적했다.

■시장, RWA·STO 주목하지만 넘어야 할 산 많아

블록체인 시장을 주도할 다음 타자로 자주 언급되는 영역은 실물자산연동토큰(RWA)과 이 중 한 영역으로 여겨지는 토큰증권(STO)이다. 

RWA는 실물을 온체인으로 가져화 토큰화 시킨 것으로 실물 가치가 명확하게 있는 존재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크립토 사업으로 해석된다. 고정된 내재가치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시장 불안감을 표했던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STO의 경우에는 증권법의 규제 아래 놓여있어 관련 불안감이 비교적 덜하다.

갤럭시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RWA는 금과 주식, 탄소배출권, 부동산, 머니 마켓, 국채 등 여러 영역에 대한 조각 투자와 소액 투자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잠재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임대권과 소유권이 모두 거래 가능한 점이 수익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SBI홀딩스나 노무라, 미쓰비시UFJ은행 등 전통 대기업들이 이미 일찍이 이 시장에 진출해 전문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중이며 시장 확장 단계에 있다.

한국의 RWA 및 STO 시장에 대한 평가는 '금융위원회의 샌드박스 정책' 정도로 이루어지며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시장 자체의 잠재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국내에서 풀어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연말 아이티센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X) 관련 사업이 해당 영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지방정부와 함께 움직이는만큼 정책지속성을 유지하며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업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 블록체인 특구로서의 부산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점 등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4년으로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연말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던 점, 이에 대한 피로감으로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인 점 등은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되고 있다.

■ 7월 시행 앞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핵심은 불공정거래영역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새로 추가되는 '불공정거래 영역'을 강조했다.

그는 "불공정거래를 추가함으로써 시세조종을 공식적으로 안 된다고 말한 것"이라며 "이외 부분은 기존 특금법에 있던 것들을 많이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시세조종 행위가 이 법률 하나로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안 된다'고 공식화하며 처벌 가능성을 명시한 점이 의미 깊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건전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률 마련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기존 디지털 자산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의 실효성이나 자율규제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8일 크레딧코인(CTC) 건을 두고 "동일 코인에 대해 거래소별로 다른 조치를 내린 사례가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닥사 내 방임하는 듯한 태도와 투자자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 제공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닥사는 협의체일 뿐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닥사는 위기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공동대응을 위한 기구"라며 "소속 거래소들이 전부 다 동일한 상장 기준을 가지고 운영된다면 굳이 여러 거래소가 운영될 필요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투기성 인식이 남아있고, 실제로 시세조종이나 자전거래가 여러차례 발생하지 않았느냐"며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규제를 통해 안정적인 시장을 구축해야하는 점이 어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올리는 것은 규제 마련과 함께 장기적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