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해외통' 김학수 귀뚜라미 대표, 가전·건자재 신사업 박차
[CEO뷰] '해외통' 김학수 귀뚜라미 대표, 가전·건자재 신사업 박차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4.0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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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귀뚜라미 대표이사ㅣ귀뚜라미
김학수 귀뚜라미 대표이사ㅣ귀뚜라미

지난해 7월, 귀뚜라미는 김학수 전 해외영업본부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며 전략적 방향을 분명히 했다. 30년 이상의 국제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로 한 것. 해외 수출 시장을 확대해 몸집을 키우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김학수 대표는 새해에는 탄소 중립과 화석 연료 사용 감축이라는 글로벌 추세에 발 맞춰 사업 아이템의 고도화, 다각화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귀뚜라미는 보일러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난방 제품과 더불어, 냉방·공기조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제품군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현지 맞춤' 전략으로 해외 시장 확장

김학수 대표는 귀뚜라미에 입사 전 대우전자 유럽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 경동나비엔 미국 법인장과 중국법인 총경리를 역임하며 풍부한 글로벌 시장 경험을 쌓았다. 2021년 귀뚜라미에 합류한 김 대표는 해외영업본부장으로서 북미 신제품 출시, 러시아 및 중국 법인의 설립 및 안정화를 이끌며 회사 매출을 25% 이상 성장시킨 바 있다. 이를 통해 입사 2년 만에 회사의 '글로벌사업 확대 적임자'로 낙점됐다는 평가다.

귀뚜라미는 현재 아시아와 유럽, 북미, 남미 등 20곳에 보일러를 수출하고 있다. 

1992년 가장 먼저 진출한 중국에서는 천진지역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온수가 풍부한 저탕식 보일러 기술과 안전기술을 기반으로 꾸준히 저변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메이가이치(석탄개조사업)' 시행 이후 중국 소비자들의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콘덴싱 가스보일러 △저녹스 가스보일러 △캐스케이드 시스템 △가스온수기 등 친환경 기반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중국 냉난방 전시회 '2023 ISH'에 참가한 귀뚜라미.ㅣ귀뚜라미
중국 냉난방 전시회 '2023 ISH'에 참가한 귀뚜라미.ㅣ귀뚜라미

미국 시장에서는 2014년 진출 이후 파트너사들과 신제품 출시 및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다각도로 협력 중이다. 회사는 미국 보일러·온수기 시장에서 매출규모 기준 'TOP 5'에 속한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파트너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해 ODM(제조자개발방식)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미 지역 전반에서도 파트너십을 강화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에서의 선전도 눈에 띈다. 2020년 11월 모스크바에 러시아법인을 설립한 귀뚜라미보일러는 강도 높은 현지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불안정한 전압과 낮은 가스 압력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러시아 수출 전용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CIS 지역에서는 2018년부터 우즈베키스탄 가전업계 1위 기업인 아르텔과 협력, 현지 공장에서 조립 생산하는 보일러 생산라인을 구축해 판매 중이다. 

김 대표는 해외영업본부장 시절 북미 신제품 출시, 러시아 및 중국 법인 설립 등 해외 매출을 크게 증가시켰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북미, 남미 시장에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역별 주요 거점 국가를 선정해 우선 진출하고, 이후 해당 지역의 주변 국가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아울러 △해외영업·수출 조직 강화 △현지 실정 맞춤 신제품 개발을 지속 추진해 해외 매출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안착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해외 시장은 점점 더 글로벌화가 돼가지만 여전히 국가별 차이는 상당하다"며 "이에 따라 국가별로 다른 영업환경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별 시장의 판세를 객관적으로 이해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및 안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新동력 발굴...가전·건자재 신사업 강화

귀뚜라미는 최근 정체된 보일러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가전과 건자재 분야로 사업다각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가정용보일러 시장이 연간 130만여대 규모로 20년 전부터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난방, 냉방, 공기조화 등을 아우르는 제품군 확대를 통해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귀뚜라미 측은 "사업 아이템 다각화를 통해 사계절 불이 꺼지지 않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전략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귀뚜라미는 보일러 제품 이외도 3세대 카본매트, 카본보드 등 신개념 난방 제품을 지속 출시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3세대 카본매트의 장점을 실내 난방 자재에 적용한 '귀뚜라미 카본보드 온돌'을 출시하며 건축 난방 자재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전기난방판넬 및 필름을 대체하는 신개념 난방 자재로, 중심부에 특허 받은 카본발열망을 적용해 실내 공간 전체에 빠르고 균일한 난방을 제공한다.

귀뚜라미는 이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도 운영하며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평택 서탄면에 개점한 약 150평 규모의 경기 남부 대리점에서는 카본보드 온돌이 실제로 시공된 모습을 확인하고, 다양한 기능을 시연해볼 수 있다.

'카본보드 온돌' 이미지ㅣ귀뚜라미
'카본보드 온돌' 이미지ㅣ귀뚜라미

공기정화 제품으로 내놓은 '귀뚜라미 환기플러스 공기청정시스템'은 창문을 열지 않고도 자연 환기 효과가 있다. 이는 실내공기와 함께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고효율 장치로, 천장 환기구를 통해 기기 한 대로 생활공간 전체의 공기질을 관리할 수 있다. 

가정용 냉방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냉방성능과 편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귀뚜라미 창문형 에어컨'은 UV-C LED 살균 시스템, IoT 원격제어 시스템 등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귀뚜라미의 제품군 확장에는 계열사들 간의 시너지가 든든한 배경이 됐다. 2000년대부터 그룹 계열사로 합류한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등 냉방공조 분야 선도기업들의 탄탄한 기술력이 토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원전용 냉동공조기, 냉방기, 냉동기, 공조기,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 중인 계열사들과 시너지 창출을 통해 제품 품질 혁신과 매출 증대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올해 이후도 당분간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리라고 예상되지만,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 품질 고도화와 사업 아이템 다각화, 그리고 고객 서비스 강화를 통해 지속 성장의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