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제도권 진입 ②일본] 일찍 규제 마련한 日, 2024년 주목받는 RWA·STO
[가상화폐 제도권 진입 ②일본] 일찍 규제 마련한 日, 2024년 주목받는 RWA·STO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4.01.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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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암호화폐 시장 변천사 

2008년도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이 등장하고 2014년도 즈음부터 시작된 일본 암호화폐 사업은 마운트곡스 거래소 해킹을 겪은 후 폐쇄정책에 돌입했다. 2016년도부터 일본 정부와 금융청은 그야말로 흥선대원군의 '척화비'에 맞먹는 움직임을 보이며 제도정비에 들어간다.

금융청은 즉각적으로 거래소 대상 등록제를 도입했지만 직후인 2018년 코인체크 해킹 사건이 발생하자 2019년 규제 정도를 더욱 강화했다. 이 때 공식 명칭이 가상화폐에서 암호자산으로 변경됐으며 고객 자산과 회사 자금을 분리하는 규정 역시 추가됐다. 자금 조달 시 증권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는 것과 까다로운 상장 기준(화이트리스팅) 등이 시기에 확립됐다.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던 일본의 폐쇄정책은 2022년 루나·테라 사태와 FTX 거래소 파산을 기점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엄격한 상장 기준과 고객자산과 회사 자금 분리 의무화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국가로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시기를 활용해 2023년부터 '규제 선진국' 이미지를 강조하며 공격적인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대외적으로는 웹X라는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며 이틀간 1만6000여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으며 내부적으로는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와 금융청, 기업들이 협력해 규제 완화와 업계 활성화를 추진했다. 본부 내 웹3와 인공지능(AI) 전담팀이 꾸려지고 백서 작성과 정책 제언도 이루어졌으며 아시아 시장에서 제법 성공적인 이미지도 자리잡았다.

일본 현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이미지를 위해 대내외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움직여왔다"며 "FTX 사태 당시 일본은 피해가 없었지만, 이미 두 차례의 큰 사고가 있던만큼 긴장 상태를 늦출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따른 일본 내 승인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일관성 있는 규제를 고민하는 시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일본 내에서 거래 종목이 풍부한 거래소들의 경우 번거롭긴 하지만 ETF와 유사한 거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日, 대기업 중심으로 사업운영 체계 잡혀...RWA와 STO에 주목

일본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대다수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힘든 구조"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실제로 세계지표지수 자료를 살펴봐도 일본은 스타트업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 일종의 '볼모지'로 불린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창생 일환으로 지역별 거점지를 설정해 스타트업을 확장해나가는 형태 등이 언급됐다. 지난해 7월 웹X 당시 코이치 하기우다 자민당 정책연구위원장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같은 맥락의 움직임을 예고한 바 있다.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이미지 혹은 신생기업 이미지가 강한 웹3와 블록체인 영역인 만큼, 일본에서도 프로그마와 오사카디지털자산거래소(ODX), 긴코, JPYC, 콘코디움 등이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한 의미의 스타트업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일본 재벌기업 중 한 곳에 근무중인 A개발자는 "현재 내로라하는 일본 웹3 스타트업들의 경우 대부분 모기업이 대기업"이라며 "사실상 대기업 신사업 부서로 출발해 일정 수준 성장했을 때 독립 분사 시켜주는 형태로 스타트업 이미지를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이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소리소문 없이 본사 부서로 흡수시키고 인력정리를 단행한다"며 "일본 시장 자체가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당장 잘리지는 않지만 기존 급여가 유지된 채 영구계약직 등으로 다른 프로젝트에 중도투입된다"고 말했다. 

관동 지역 최대 웹3 플랫폼으로 꼽히는 프로그마와 관서지역에서 주목 받는 ODX 역시 최초자본출자기업은 각각 미쓰비시UFJ은행과 SBI홀딩스다. 초기투자사들 역시 미쓰이 스미토모, 미즈호, 노무라, NTT도코모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붙어있어 사실상 스타트업이라기보다는 대기업들의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기능하는 합작회사다.

또다른 웹3 기업에 근무중인 한 사업개발팀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실물자산연동이나 고객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사업 안전성과 신뢰도가 높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사업 운영 방식 자체가 대기업 중심적이기 때문에 추후 운영도 사실상 모기업들 주도 하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 내 주목할만한 업계 사업은 실물연동자산(RWA)과 토큰증권(STO)"이라며 "정부 정책과 맞물려 앞으로 가장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 금융청이 지난해 금상법을 개정하며 STO를 제 1항 유가증권으로 올린 점 역시 관련 사업 공식화 및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 바 있다. 그는 "단, 철저히 규제 아래 사업이 성장할 것"이라며 "여전히 규제가 엄격해 자유롭게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불평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뢰도와 투자자 보호 측면을 생각했을 때 이같은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양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