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24 CES의 경고, 뉴노멀 'AI 시대'에서 생존하려면
[기자수첩] 2024 CES의 경고, 뉴노멀 'AI 시대'에서 생존하려면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4.01.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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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서련기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뉴노멀'이라는 용어가 많이 회자됐다. 뉴노멀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등장한 용어로, 시대 상황 변화에 따라 과거의 표준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 표준이 부상한 것을 가리킨다. 코로나 3여년의 시간동안 전 세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겪으며 뉴노멀은 다시 한번 주요 용어로 등장했다. 시대 상황이 변화하면, '보통'의 기준 또한 바뀐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된 것이다.

최근 업계에도 새로운 표준이 나왔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새로운 기준인 뉴노멀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과거 특정 한 분야로 분류되던 AI는 기술이 거듭 발전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일상화됐다. AI는 기존 산업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산업의 기반이 되는 당연한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비즈니스가) AI와 관련이 있냐'는 질문은 이제 무의미해진 것 같다. 마치 이제 너무나 당연해 잘 사용하지 않는 '인터넷을 쓰느냐'는 질문처럼 말이다.

이런 분위기는 AI를 핵심 주제로 내건 CES 2024에서 뷰티기업 로레알이 기조연설에 나선 것에서도 드러난다. 니콜라 히에로니무스 로레알 그룹 CEO는 뷰티 기업으로는 최초로 CES 기조연설에 등장해 혁신상을 받은 AI 기반 애플리케이션 '에어라이트 프로'를 공개했다. 유통기업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는 쇼핑을 도와주는 AI 챗봇을 시연하며 주목 받았다. 월마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오픈 AI 플랫폼 등 여러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챗봇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실제 '모든 산업의 AI화'를 내세운 올해 CES 부스들은 어느 때보다 다채로웠다. 전통적인 가전기업은 물론이고 모빌리티, 로봇,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다양한 산업 분야 기업들이 각자 AI를 기반으로 한 신제품을 뽐냈다. 사업 분야상 '한 데 모이기 어려워 보이는' 기업들이 경쟁의 장을 연 전시장은 마치 치열한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CES에는 전 세계 4000개 이상의 기업과 13만명의 관계자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새로운 뉴노멀이 된 AI시대, 전 산업 분야의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드니 하네칸 전 유럽 맥도날드 CEO는 "성장하고 싶다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그것이 진화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바꾸어야만 기업의 본질을 지킬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일찍이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언급한 "속옷 빼고 다 바꾸라"는 당부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기술혁신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려면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구 전 회장의 시각이었다.

AI시대는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변화를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흐름에 뒤처진다면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도 장담할 수 없다. AI기술이 뒤쳐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경제·사회 변화의 주류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각 기업들이 시장 환경에 맞도록 AI 기술 개발 및 적용에 매진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이들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즉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려면,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제는 주류가 된 AI 뉴노멀 시대에,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키워 전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모두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우리 기업에게만 속도 제한을 두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 우리 내부에서 글로벌 흐름을 막아서지는 말길 바란다.

[라스베이거스=비즈트리뷴 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