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증권사, 너도나도 '리스크 관리' 총력
[이슈] 증권사, 너도나도 '리스크 관리' 총력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4.01.09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증권업계 경영 화두는 '리스크 관리'다.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와 주가조작 사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으로 리스크 관리능력이 도마에 오르자 증권사들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지난 2일 취임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신임 사장은 취임사에서 선진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구축을 강조하고 나섰으며, 전날 키움증권 새 수장 자리에 오른 엄주성 대표도 리스크 관리를 위한 팀을 승격 및 신설하는 등 위기관리 능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 한투·키움·미래에셋 등 리스크 관리 방점

(왼쪽부터)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ㅣ 각 사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일 열린 취임식에서 올해 중점 추진 전략으로 △선진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구축 및 영업지원 강화 △전 사업 부문 글로벌화 △고객과 직원이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화 등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시스템 기반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모든 영업 조직이 리스크를 우선순위로 챙겨야 한다"며 "본사 관리 전 부문이 영업지원 조직이 돼야 하고,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가를 판단하고 서로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미루거나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은 엄주성 신임 대표 취임과 동시에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관리능력 강화를 위해 기존 전사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TF)를 팀으로 승격시켜 리테일Biz분석팀을 신설하고, 감사운영본부에 감사기획팀을 신설해 현업·리스크·감사 부문 3중 체계를 구축했다. 또 자회사 리스크 및 내부통제 통합 관리를 위해 그룹위험관리팀을 새로 꾸렸다.

미래에셋증권은 리스크 관리 부문을 독립시키고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에 부사장을 배치했다. 지난해 12월 김미섭·허선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출범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경영전략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정비로 손익 안정성 제고 △성장 파이프라인 강화 △고객, 주주, 임직원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회사 등을 꼽았다.

두 대표는 "미래에셋증권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 모든 의사결정의 시작이자 종착점은 고객이다. 그동안 회사가 고객동맹과 고객가치를 최우선 한다고 이야기해 왔는데, 의사결정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을 고객의 이익에 우선한 것은 없었는지 냉정하게 자성해보자"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를 맡았던 장원재 사장을 메리츠증권 대표로 세웠다. 장 사장은 2014년까지 삼성증권 CRO로 재직했으며, 2015년 메리츠화재 리스크 관리 상무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메리츠금융지주 및 메리츠화재 CRO 부사장, 2021년 메리츠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장 부사장 등을 거쳐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바른 성장을 추구하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효율 중심의 조직과 운영 체계 기반 위에서 리테일 자산관리 운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자본시장 내 우위 영역을 보다 확대하며, 기술 기반 혁신에 의한 미래 준비를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KB증권은 시장리스크부 내 고객자산 리스크 전담 조직을 새로 꾸리고 고객 수익률 점검 등 고객자산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선다. NH투자증권은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본부를 준법지원본부로 변경하고 본부 직속으로 준법기획팀을 신설했다. 하나증권은 내부통제기능 강화를 위해 소비자보호 관련 조직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 중소형사도 리스크 관리 혈안

다올투자증권도 리스크 관리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황준호 대표는 "수익 다변화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체계적이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다. 이러한 리스크 관리가 중소형사 강점인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잇따른 금융 사고로 증권업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다. 금융환경이 어려울수록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고객 관점에서 모든 프로세스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ㅣ 각 사

지난 2일 취임한 신명호 BNK투자증권 신임 대표는 3대 주요 과제로 △철저한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상생하는 회사 성장을 통한 ‘바른경영’ 정착 △PF 부문에 편중된 수익구조 탈피해 수익 기반 다양화를 통한 ‘균형 잡힌 성장’ △양방향 협업 시너지 영업 강화 및 시장이 인정하는 든든하고 ‘탄탄한 증권사로 성장’을 제시했다.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업계에서 일어난 주가조작 사건과 PF 사태에서 보듯이 리스크 관리라는 단단한 토대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성과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이뤄졌던 위험관리 영역 외 부분까지 모두 점검해야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도 "지난해 CFD 사태, 주가조작 사건 등 부정적 뉴스들이 TV 화면 가득 채워졌고 아직까지도 부동산 PF, 홍콩 ELS 대란으로 인한 시장 리스크는 진행형"이라며 "더욱 정교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불건전 행위 근절과 업무관행 개선을 통해 바른 조직문화를 다지고자 한다"고 했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