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로 본 2024 재계 총수 경영전략...'위기 대응'과 '혁신'
신년사로 본 2024 재계 총수 경영전략...'위기 대응'과 '혁신'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4.0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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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국내 주요 그룹의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 목소리로 '위기 극복'을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글로벌 복합 위기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직면한 기업들의 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수들은 동시에 그에 맞는 '혁신'을 강조하며 2024년 동력을 찾자고 당부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제시했다. 이는 '거문고 줄을 고쳐맨다'는 의미로, 주로 개혁과 혁신을 강조할 때 사용된다. 최 회장은 "올해도 우리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해현경장의 자세로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했다.

정희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미리 준비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정의선 회장은 "외부의 위험을 기민하게 감지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 나가고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미리미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을 올해의 키워드로 언급하면서, "미래를 두려워하고 걱정하기보다, 용감하게 개혁적인 변화에 동참한다면,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한 희망찬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신년사를 끝맺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날로 경쟁이 거세지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차별적 고객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남들과 다르게'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되는 가치가 '차별적 고객가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열어줄 수 있는 가치들이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대체불가능한 '온리원(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ㅣ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ㅣ현대차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글로벌 복합 위기 속 대처에 따라 그룹의 미래 성장도 좌우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거시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대한 기술 투자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화그룹도 도전과 혁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00년 역사의 기업도 찰나의 순간 도태된다. 당연한 것을 뒤집는 도전이 필요하다"면서 '그레이트 챌린저'로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기 혁신을 통해 경쟁우위를 점할 것을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변화하자" 한 목소리...전략은 각사각색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개인적인 성찰을 통한 변화를 제시했다. 그는 "2024년은 우리 주위의 모든 경영환경이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의 불안정,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지속, 탈탄소를 기치로 내건 전 세계 에너지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불확실성이 그 어느 해보다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겸손함'을 강조하며 "나를 변화시키는 일은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업무 전반의 변화를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기존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룹 전체 효율과 시너지의 핵심이 '단 한 클릭의 격차'인 만큼 이를 업무 방식의 전반에서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한진그룹은 올해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의 핵심 과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항공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운항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고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창의적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탄소 배출 없는 전력 분야와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신사업의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인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내 MBA 프로그램을 통해 '퓨처리스트'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그룹은 올해 과감한 투자로 새 도약에 나설 전망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경영환경에 대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 시기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투자는 미래를 위한 도전이다.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경쟁자에 앞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