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시장]⑦테슬라, 성공할까
[전기차시장]⑦테슬라, 성공할까
  • 승인 2014.12.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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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각국의 자국 전기차 산업 보호 정책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이 비단 미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자동차기업이 그렇듯이 테슬라도 전기차 사업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테슬라는 미국 이외에도 유럽, 중국 등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있다.

가장 먼저 진출한 유럽 시장에서는 노르웨이를 비롯하여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등 여러 국가에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를 설치함과 동시에 모델S 판매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모델S가 선전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대했던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아직 판매 부진을 겪고 있기도 하다.

테슬라는 또 다른 공략 시장으로 중국을 택했다. 대기 오염의 심각성이 나날이 드러나고 있는 중국이 전기차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국내 생산 전기차 이외에는 정책적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높은 수입 관세로 모델S의 중국 내 가격은 미국 가격의 거의 2배 수준으로 책정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엘
론 머스크는 3~4년 이내에 테슬라 중국 공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테슬라의 공격적인 글로벌 사업 확장은 각국 정부 차원의 견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 산업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수출 기여도도 높으므로 대부분 국가에서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독일과 일본 등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은 충전 표준 선점 경쟁으로,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충전 인프라 사업에 대한 견제 등으로 테슬라를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의 트리거

‘작년만 해도 다들 우리가 망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막 전체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모델S 출시 1년을 넘긴 2013년 말에 엘론 머스크가 한 말이다.

잠잠하던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를 계기로 요동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의 선전에 자극받은 기존 자동차 기업의 다양한 전기차 모델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며 본격경쟁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가격은 더욱 낮아지고 전기차의 완성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충전 인프라 확산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기업간 제휴가 본격화되고 과금 체계도 구체화되며 정부 지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기가팩토리, 슈퍼차저, 딜러를 배제한 판매망 구축 등 테슬라는 전기차 산업 전체 가치사슬에 걸쳐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테슬라의 도전이 얼마나, 또 언제까지 영향을 줄 것인지 현 수준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테슬라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테슬라가 전기차 본격 성장에 기여함은 부인하기 어렵다.

먼저, 테슬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올라가면서 전기차 구매 가능성도 커지고 있고,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에 대한 참여 수준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의향 변화를 분석한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지금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는 매우 낮지만 5년 이내의 구매 가능성은 급격히 증가한다.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에 대한 투자 의향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향후 5년간 파워트
레인 기술 중 어느 것에 투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2013년 23%에 머물던 전기차 파워트레인 투자 의사가 올해에는 31%까지 상승했다.

둘째, 테슬라 특허 공개를 발판 삼아 중국 기반의 전기차 기업이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은 물론이고, 자동차 산업과 관련이 없던기업이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고,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하에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전기차 시장에서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시장이 형성되면서 시장의 성장패턴과 속도에 변화가 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슈퍼차저의 빠른 확산에 긴장한 자동차 기업이 충전 표준 및 인프라확대 이슈를 직접 해결하려는 의지를 잇따라 표명하면서 충전 관련 다양한 사업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BMW, 닛산, 그리고 테슬라가 공동으로 충전 표준을 협의 중이고, 일본의 차데모 방식 충전소를 테슬라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한 이는 각국 정부 지원의 확대에도 결정적인 명분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1,000억 위안을 충전 인프라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고, 일본 정부도 충전소 설치를 위해 1,005억 엔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우리의 경쟁 상대는 전기차 전문 기업이 아닌 기존 자동차 기업’이라고 천명하고 있고, 사업 영역도 전기차를 넘어 스마트카 영역까지 확대하려고 하고있다. 전기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테슬라가 ICT와 융합되는 차세대 텔레매틱스, 운영 소프트웨어, 차량 컨트롤 시스템 등의 영역은 물론 자율 주행 영역을 선도하며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 엘론 머스크 사장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가 더 이상 농작물 재배가 힘든 지구를 벗어나, 희망을 찾아 우주로 향하면서 한 말이다. 미국의 저명한 환경학자인 레스터 브라운은, ‘미국처럼 중국과 인도 국민이 차를 보유하고 늘 타고 다닌다면 도대체 그 엄청난 유해물질과 막대하게 필요한 연료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 중국의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0.5대에 불과했다. 지금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무려 100배이상 증가했고, 앞으로도 가파른 증가가 예상된다.

테슬라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테슬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자동차 기업의 경계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새로운 길을 독창적 방식으로 개척하니만큼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수시로 직면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여 년간 자동차 산업을 지배해 온 기업들과 기존 자동차 산업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하고 도전적인 테슬라의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승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테슬라가 지지부진하던 전기차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고 미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지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것이다.  [LG경제연구원 신장환 연구위원, 김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