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논란②] '제2의 네이버·카카오' 봉쇄하나
[플랫폼 규제 논란②] '제2의 네이버·카카오' 봉쇄하나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3.12.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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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력은?...국내 IT기업 역차별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추진을 발표한 '플랫폼법'은 크게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배 기업의 사전 지정'과 '반칙 행위 금지'. 시장의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들을 미리 지정하고, 자사 우대와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 금지)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공정위는 이러한 지정 기준을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독점력 남용을 규율할 방향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지정 과정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의견 제출, 이의 제기, 행정 소송 등 다양한 항변 기회를 보장할 계획이다. 특히 반칙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업자가 스스로 증명할 경우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DMA와 유사...이중제재 우려도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과 닮아있다. DMA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규모의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EU 내 활성 사용자가 월 최소 4500만명, 지난 3개 회계연도 동안의 매출액이 75억유로(약 10조7천억원), 시가총액이 750억유로(약 107조1천억 원) 이상인 플랫폼이 게이트키퍼 요건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의 뚜렷한 적자생존 경향과 경쟁에서 이긴 1위 업체가 시장을 빠르게 독식하는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목표다. 현행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이러한 플랫폼 시장을 충분히 규율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사전 규제'를 통해 제재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부당 행위 발생 시 신속한 제재를 통해 시장 경쟁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생각이다.

하지만 법안 제정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처 간 조율과 업계의 강한 반발 등이 주요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정위는 관련 부처 및 국회와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소수의 독과점 플랫폼'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의 지정 기준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과 유사해 '이중 제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 법안은 지정 기준을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 국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수 월평균 1000만명 이상이거나 국내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수가 월평균 5만개 이상인 경우 등으로 규정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관련 부처와 충분히 협의해서 이중 제재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플랫폼 규제법)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면서 "다만 내용상 위반 행위 범위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사전 지정을 어떤 요소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고, 박주민 의원 안과는 전혀 다른 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선규제, 경쟁력 막는 역차별 될 수 있어"

국내 IT업계와 벤처업계에서는 경제 불황 속에서 '숨통을 틀어막는'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형 플랫폼의 사전 규제는 신규 투자나 일자리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것이 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형 플랫폼 등이 무분별하게 확장해나간 면이 있다"며 "벤처나 스타트업이었을 때부터 기업가 정신을 지니고 비즈니스 혁신을 지속적으로 해야 되는데, 지속적으로 문어발식으로 확장을 하다보니 계속 정부에서 문제 삼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미리 사전규제를 해버리면 오히려 벤처의 싹이 자라지 못할 수 있다"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돼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 안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먼저 막기부터 한다면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고 싶다는 벤처기업들의 꿈도 미리 좌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