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기후위기에 대응할 무기, 비밀은 '야생동물'에 있다 ②
[기후+] 기후위기에 대응할 무기, 비밀은 '야생동물'에 있다 ②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3.12.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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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arbon brief
출처: carbon brief

한때 전염병과 무분별한 포획, 서식지 문제 등으로 세렝게티의 영양 개체수가 줄어들자 초목의 양이 크게 증가하였고, 이는 더욱 빈번하고 강력한 화재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었다. 영양의 개체수가 회복되자 사바나의 풍경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더불어 세렝게티가 품는 탄소의 양이 증가하면서, 현재 세렝게티는 배출하는 탄소보다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 더 많은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해내고 있다. 

◼︎ 예일대 슈미츠 교수, "세렝게티 영양 10만 마리 늘면 탄소 저장량 15% 늘어"
오스왈드 슈미츠(Oswald Schmitz)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세렝게티 영양의 개체수가 10만 마리 늘어날 때마다 세렝게티의 탄소 저장량은 15%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슈미츠 교수는 영양을 포함한 단 9개군의 동물 개체수를 보호 및 복원하여 '연간 이산화탄소 64억 1천만 톤을 추가적으로 포집할 수 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기후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국제사회가 '탄소배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100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 고래, 상어부터 코끼리, 들소까지 총 9개 동물군,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 역할 
슈미츠 교수는 BBC퓨처(BBC Future)와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동물종은 탄소 순환에 매우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한다"며, 생태계의 탄소 저장능력을 활성화하는 야생동물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슈미츠 교수와 그의 동료 연구팀은 기후변화 전선에 특히 큰 변화를 가져올 9개의 주요 동물 군으로, 바다 어류와 고래, 상어, 그레이울프, 영양, 해달, 사향 소, 둥근귀코끼리 그리고 아메리카들소를 꼽았다.

뱀상어(Tiger shark) | 출처: nature.org
뱀상어(Tiger shark) | 출처: nature.org

연구진은 이들 동물군이 연 최대 50억 톤의 이산화탄소 흡수를 도울 수 있다고 추정한다. 그들에 따르면, 어류의 경우 다른 동물군과 다르게, 탄소가 풍부한, 해면의 플랑크톤을 먹어치우고 빠르게 가라앉는 배설물 펠리트를 방출함으로써 탄소 저감을 돕는다. 또, 어류의 경우 사망하더라도 해저로 가라앉게 되어, 그들이 체내에 품고 있던 탄소가 대기로부터 격리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 초식 어류 개체수 제한, 해초 보호 등 바다 탄소 흡수 돕는 상어...개체수 감소 문제
상어는 해저의 식생을 먹이로 삼는 초식 어류들을 잡아먹거나 그들의 서식지를 제한하여, 결과적으로 바다의 탄소 흡수를 돕는다. 배암상어의 경우, 해우의 개체수를 제어하여 해초 목초지의 확대와 유지를 도우며, 해초는 지구상의 탄소 흡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상어는 탄소를 배설물 자체에 저장하기도 하는데, 상어의 배설물은 해저로 가라앉는다. 그러나, 최근 수십년간 상어의 개체수는 어업 활동으로 인해 크게 감소해왔으며, 전체 상어와 가오리류의 3분의 1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