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법 입법 추진... 벤처투자자들 "스타트업 위축 우려"
공정위 플랫폼법 입법 추진... 벤처투자자들 "스타트업 위축 우려"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3.12.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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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SNS 갈무리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키운 주요 투자자들을 비롯한 IT 업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 지정... '불공정 행위 감시'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도입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했다.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이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대형 플랫폼(시가총액 혹은 공정시장가치 30조원,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월평균 이용자 수 1000만명 혹은 이용사업자 5만개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 중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를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규제 대상 기업으로 사전 지정하는 방식 등은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하다. 법안의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구글·카카오·쿠팡 등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되는 사업자는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의 불공정 행위가 제한된다. 다만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이러한 불공정 행위를 했더라도 사업자가 그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법안은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고 공정위가 이용자에게 손해 확산이 우려돼 긴급하게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서비스에 대해 임시중지 명령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법을 위반하여 이용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사업자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는 철저히 보장하되, 기득권이나 독점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부처 간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IT업계·벤처투자업계, 우려의 목소리

IT 업계와 밴처캐피털 업계 등에서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이 벤처사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현재 추진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안이 도입되면 한국의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오히려 외국 플랫폼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얻게해 결국에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아직 성장 중인 국내 테크 기업들에게 일방적인 규제가 가해진다면 한국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배달의 민족 등에 투자한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도 이날 SNS를 통해 과거 저작권법 삼진아웃제 도입으로 당시 방문자 수(UV) 1위를 기록하던 판도라TV가 유튜브에 밀리게 된 사례를 언급했다. 김 대표는 "오래전 동영상 서비스가 생겼을 때  불법 비디오를 규제하기 위한 법이 통과됐고 판도라TV에서 비디오를 올리던 사람들은 다 유튜브로 옮겨갔다"며, "결과적으로 불법 비디오는 없어지지 않고 소비자들만 유튜브로 옮겨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기존 공정거래법에 온라인 플랫폼법까지 더해지면 이중 규제로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가 국내 디지털 경제의 성장동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경제연합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디지털 경제의 심장을 쥐고 흔드는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애 대한 역행"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