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기후위기에 대응할 무기, 비밀은 '야생동물'에 있다 ①
[기후+] 기후위기에 대응할 무기, 비밀은 '야생동물'에 있다 ①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3.12.2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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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의 영양 무리 | 출처: africanmeccasafaris.com
세렝게티의 영양 무리 | 출처: africanmeccasafaris.com

100만 마리가 넘는 영양 무리가 동아프리카의 광대한 세렝게티 초원을 가로지른다. 영양 무리의 연례 이동은 지구상의 동물 이동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동하는 길마다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방대한 양의 식물을 먹어치운다. 영양의 개체수가 늘 많았던 것은 아닌데,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영양의 개체수 증가는 기후변화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 '야생동물'은 기후변화 대응 돕는 우군
지난달 20일 BBC퓨처(BBC Future)는 이 영양의 사례를 첫 예로 들어, 지구상의 일부 야생동물들이 기후변화 전선(戰線)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다뤘다. 보통 기후변화 대응법이라고 하면 재생에너지와 같은 기술책을 떠올리기 쉽지만, 자연 세계에는 그 외에도 (기후변화에 맞설) 우군, 야생동물이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영양의 개체수는 변동성이 크지만, 영양의 대이동은 주목할 만하다. 20세기 전반 동안, 우역(牛疫)일고 불리우는 전염병과 밀렵, 서식지 감소 등으로 영양의 개체수는 대략 24만 마리로 줄어들었다. 

◼︎ 세렝게티 초원, 식생 증가하자 산불 빈번・강력해져...탄소 배출 오히려 늘어나 
풀을 뜯어먹는 개체수가 줄자 자연히 세렝게티 초원의 초목은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탄소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상 늘어난 초목은 더 빈번하고 강렬한 산불로 이어졌고, 이는 곧 식물이나 사바나의 토양이 품고 있던 많은 탄소마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출처: the Serengeti park
출처: the Serengeti park

1950년대 들어 우역에 대한 백신이 도입되면서 영양의 개체수는 꾸준히 회복세에 들어섰고, 1970년대 후반 150만 마리까지 늘었다. 여전히 그 개체수는 해마다 변동을 겪지만, 오늘날 세렝게티에는 대략 120만 마리의 영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늘어난 영양들, 식생 개체수 관리로 사바나 풍경 유지 도와 
영양들이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초목을 먹으면서 산불의 연료가 사라지게 되었고, 수많은 영양들이 배출하는 배설물은 토양을 윤택하게 만들고 탄소를 대지에 가두는 효과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굽으로 묘목과 기타 식생들을 밟고, 특히 공격적인 수컷들이 나무의 몸통이나 가지, 큰 덤불 따위를 상대로 '뜸베질(뿔로 물건을 닥치는 대로 들이받는 짓)'하면서 식생 개체수를 솎아내어 세렝게티가 정상적인 사바나 풍경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렝게티는 방출하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하는, 지구의 거대한 탄소저장소로 변모하였으며, 대기 중 탄소 농도를 낮추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