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증권사, 랩·신탁 불법 자전거래...고객손익 수천억원 이전
9개 증권사, 랩·신탁 불법 자전거래...고객손익 수천억원 이전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3.12.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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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이후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랩·신탁 업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위법사항이 다수 적발됐다. 고객 계좌 손실을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다른 고객 계좌로 전가하거나, 고객의 투자 손실을 증권사 고유자산을 통해 보전해 주기도 했다.

17일 금감원이 발표한 '채권형 랩·신탁 검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총 9개 증권사의 랩·신탁 업무처리와 관련해 위법사항 및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 

A증권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다른 증권사와 총 6000여회가량 불법 자전거래(연계·교체거래)를 통해 특정 고객 계좌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 매도해 5000억원 규모 손실을 전가했다.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운용역은 총 9개사에 소속된 30명 내외다.

ㅣ 금융감독원

금감원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가격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주요 혐의 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익을 사후 제공한 혐의도 드러났다. B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에 가입한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2022년 11~12월 중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연계·교체거래) 해주는 방식으로 총 1100억원 규모 이익을 제공했다. 이는 시장 상황 변동으로 만기 시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이 결정한 결과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 밖에도 △편입자산 잔존만기, 신용등급 등 계약조건 위배 △동일 투자자 계좌 간 자전거래 △OEM펀드(펀드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요청해 만든 펀드) 운용 등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행위를 신속히 조치해 랩·신탁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면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