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IT'와 '전장' 두마리 토끼 다 잡았다
[CEO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IT'와 '전장' 두마리 토끼 다 잡았다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12.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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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삼성의 2023년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는  디스플레이, 전기 등 전자 계열사 CEO들이 모두 유임되며 주목을 받았다. 불확실한 글로벌 상황에 서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다.  

장덕현 사장은 2022년 3월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내년이 되면 취임 3년차를 맞이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의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수익성 개선을 점치고 있다. 취임 이후 꾸준히 '기술혁신'을 외치며 달려온 장 사장의 경영전략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빛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압도적 기술로 초일류 테크 기업 만들자"...장덕현의 다짐

장덕현 사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썰톡' 자리에서 "'기술'과 '미래'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며 "삼성전기의 미래는 테크 기업이어야 한다"고 말하곤했다. 장 사장은 당시 "기술 청사진을 갖고 경쟁사를 능가하는 기술,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 핵심 부품을 내재화한 초일류 부품 회사가 돼야 한다"며 "압도적인 기술을 보유한 1등 테크 기업으로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지난달 1일, 삼성전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도 그는 "100년 기업을 향한 끊임없는 혁신으로 기술한계를 극복해 전자산업 발전에 기여하자"고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장 사장은 ▲엔지니어링 ▲혁신 ▲디지털 미래 등 3가지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다가오는 미래에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직원과 회사가 함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당시부터 꾸준히 기술 혁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온 그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카메라 모듈 등 전장부품 중심으로 기술적 차별화를 실현하고자 역량을 모아왔다. 삼성전기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카메라 모듈을 개발해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올해 10월에는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 선정돼 자동차 카메라 분야의 차별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올해 9월에는 '제2의 MLCC'라고 불리는 파워인덕터 분야에서 전자소자업계 최초로 2개의 파워인덕터를 하나의 칩으로 합쳐 구현한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파워인덕터는 갈수록 고성능화 되어가는 컴퓨터 CPU의 진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제품이다. 

올해 3분기 기준 MLCC를 담당당하는 컴포넌트 사업부와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각각 44.34%, 36.36%로, 합치면 전체 매출의 80%가 넘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MLCC와 카메라모듈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 기조는 이번 인사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024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박선철, 안병기 신임 부사장은 각각 MLCC와 카메라모듈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삼성전기 측에서는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의 주축이 될 리더십을 강화한 것"이라고 인사배경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IT와 전장, 두마리 토끼를 다잡는 방법

MLCC는 장 사장이 꼽은 회사의 신성장동력, 차세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전장사업 두가지 모두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삼성전기가 꾸준한 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주춤했던 스마트폰, PC, TV 시장이 다시 성장 전환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필수 부품인 MLCC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전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만큼,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버를 통하지 않고 기기 내에서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 연산하는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는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 및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온디바이스 AI가 고성능 AP를 사용하는 만큼, 기존 기기 대비 전력 사용량과 발열이 높기 때문에 이를 컨트롤해주는 고용량 MLCC, 파워인덕터 등 부품 시장이 큰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2024년에는 주요 IT기기 성장 속에 MLCC, 반도체 기판 등 매출이 확대되고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 등 제품에 고사양을 요구하는 AI 적용이 확대되며 고용량 MLCC의 매출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MLCC 수요의 증가를 예측하며 "스마트폰 시장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진입했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유통 재고가 감소함에 따라 MLCC 수요 기반도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전기차용 MLCC가 고성장 기조를 이어가며 내년부터 조단위 매출 규모를 갖출 것으로 예상했다. 

장 사장은 IT향 MLCC 뿐 아니라 전기차용 MLCC도 북미 시장의 전기차 수요 증대를 기반 삼아 확장해나가겠다는 전략과 함께, IT부품회사에서 전장기업으로 변신을 추진, 삼성전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비즈트리뷴=하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