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K-디스플레이' 시대 이끄는 전략가
[CEO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K-디스플레이' 시대 이끄는 전략가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12.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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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시장은 반도체와 함께 첨단 기술의 각축장으로 꼽히는 분야다. 최근에는 모바일과 TV 등 전자기기에 더해 자동차 등 모빌리티로까지 분야를 넓히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2023년 '대변환'을 목표로 사업체질을 혁신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가속화한다면 기회의 시기에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저가 물량 공세로 LCD 시장을 꿰찬 중국의 맹추격 가운데서 확고한 기술 격차와 혁신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중소형 패널 1위 '굳히기'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OLED 시장에서의 약진으로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급 실정을 달성했다. 특히 중소형 패널 분야에서는 '세계 1위' 타이틀을 지키며 50%가 넘는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주선 사장이 꺼내든 '대변환' 카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명실상부 중소형 패널계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니 확고한 기술적 차별성을 통해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고부가가치 IT용 OLED 분야에 투자를 결정하고, 2026년까지 4조 1000억원을 투자해 IT용 8.6세대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8세대 IT용 OLED 라인 구축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다.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3분기 투자 대부분이 8.6세대 투자였다"며, "대면적 IT OLED 제품 완성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프로젝트 성공을 가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 라인 구축이 완료되고 8.6세대 양산이 시작되면 IT용 OLED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얼마전 발표된 연말 임원인사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진 중소형디스플레이 A개발팀 부사장을 40대 젊은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삼성의 세대교체 흐름에 발맞춤과 동시에 중소형 패널 사업에 힘을 싣고자 하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또 이와함께 조만간 발표예정인 조직개편에서 중소형 디스플레이 A사업부의 기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LCD 버리고 OLED 올인...최주선표 '신의 한 수'

최주선 사장이 선임되었던 2020년은 당시 차세대 기술로 꼽히던 'QD-OLED'에 대한 전사적 역량이 결집되었던 시기다. 삼성전자에서 D램 개발실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거쳤던 최 사장은 기술에 집중하는 경영 방안을 통해 2021년 말 QD-OLED 양산에 성공했으며, 양산 초기부터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이끌었다.

LCD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맹공을 펼치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약 30년 간의 LCD 사업을 접고 OLED 중심으로의 체질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끌어안은 과감한 결정이었으나, 디스플레이 시장이 OLED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는 그 승부수가 곧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LCD 가격이 하락하며 동종업계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겪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만은 지난해 역대 최대 연간실적을 달성하는 등 실적 면에서도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영업이익이 2조 240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2022년 영업이익은 6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러한 '신의 한 수'로 회사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최 사장의 다음 관심사는 무엇일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크다. 올해 5월, 최 사장은 미국 마이크로 OLED 기업 '이매진'을 인수하며 XR기기용 패널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XR과 VR 등 차세대 IT기기에 들어갈 패널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매진 인수는 최 사장이 점찍은 미래 먹거리가 XR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었다.

최주선 사장은 이매진 인수 당시 “확장현실 분야에서 이매진의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더 많은 고객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확장현실 관련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애플이 내년 출시 예정인 XR기기 비전 프로를 시작으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기기들을 대거 출시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국내 다수 기업들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부터 CTO 산하에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전담팀을 신설하며 스마트워치와 XR용 패널 연구에 나섰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는 반도체 공정이 필수적인만큼, 모기업 삼성전자와 함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있을 조직개편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팀을 상용화나 사업화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시블 OLED.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앞으로의 과제는?...빠른 시장흐름에 맞는 빠른 대응 필요

최주선 사장은 내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까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3년씩 번갈아 역할을 했다는 점, 기존 협회장인 정호영 전 LG디스플레이사장이 2021년 3월부터 직책을 맡아오며 내년 3월이면 재임 기간이 3년에 이르는 점 등에 근거한 추측이다.

업계에서는 차기 디스플레이협회 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미래 먹거리 선정과 함께 신시장을 선점하는 것으로 꼽고 있다. 차량용, 마이크로LED, XR 등이 디스플레이 시장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해당 시장이 얼만큼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발빠르게 투자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지적이다.

특히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반도체와의 협업이 필수적인 만큼 업계에서는 'K-디스플레이'와 'K-반도체'의 세트 산업을 언급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힘을 합쳐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차기 디스플레이협회장으로 언급되는 최주선 사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주선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D램 설계팀장과 전략마케팅팀장, 미주총괄을 지낸 후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로 옮겨 대형기스플레이 사업부장을 맡았다. 그는 그해 연말 최고경영자에 선임되며,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경영 방침을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를 이끌고 있다.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최주선 사장을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을 대신할 인사로 꼽기도 했으나, 결국 최 사장의 유임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