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의 ‘인재경영’과 ‘주주가치경영’ 전략
[CEO뷰]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의 ‘인재경영’과 ‘주주가치경영’ 전략
  • 노이서 기자
  • 승인 2023.12.11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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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 은둔형 오너
인재경영과 성과주의 경영전략 고수, 호실적으로 이어져
'원 메리츠' 지주 중심 경영 1주년... 효율성과 시장 신뢰 두마리 토끼 잡는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기존 ‘인재경영’ 전략에 ‘주주가치경영’ 전략을 더해 다음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모두 ‘신뢰’라는 키워드로 이어진다. 성과에 따른 확실한 보상으로 내부 임직원의 신뢰, 확실한 주주 환원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겠다는 큰 그림인 것이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11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이른바 ‘원 메리츠’, 지주 중심 경영체계를 통해 내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 포함 총 주주환원율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조 회장은 자신만의 경영원칙으로 사회와 시장의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과 주식투자지표에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 올해도 실적 신기록 달성 가능성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 1조7997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수치인 1조6404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실적 신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의 연간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은 2조26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기 순이익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재무제표도 개선세를 나타냈다. 3분기 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94조8495억원으로 지난해 말 92조7572억원보다 2조923억원 많아졌고, 같은 기간 자본 규모는 3조6681억원 증가했다. 반면 부채 규모는 1조5758억원 줄어들었다.

조 회장이 여느 기업들과 달리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 덕분이다. 회사 성장에 도움되는 인재라는 확신이 들면 반드시 영입하고, 전문경영인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며 거둔 성과만큼 보상을 주는 보상체계를 만들어 인재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한다. 대외 활동이 거의 없어 은둔형 리더로 불리기도 한다.

조 회상의 인재경영 방침은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 차기 대표이사에 김중현 신임 대표이사가 내정됐고, 메리츠증권에는 장원재 신임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메리츠금융에 따르면 김중현 내정자와 장원재 내정자 모두 메리츠 입사 10년 만에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김용범 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는 조 회장의 경영 방식에 대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와 몸값 흥정을 하지 않는다”며 “연봉은 달라는 대로 주고 업무는 믿고 맡기신다”고 말한 바 있다.

조정호 회장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한진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금융업을 물려 받아 순이익 ‘2조클럽’ 목전에 둘 만큼 하나의 거대 지주사로 키워냈다.

업계에서는 조정호 회장의 이와 같은 성과를 두고 “철저한 인재경영 방식과 성과주의 체제에 따른 효과”라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메리츠금융의 기업 문화 역시 ‘메리츠는 사람과 문화가 전부인 회사’이다.

ㅣ 메리츠금융그룹
ㅣ 메리츠금융그룹

■ ‘원 메리츠’와 ‘주주가치경영’
조정호 회장은 눈 앞에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전략이 바로 ‘원 메리츠’와 ‘주주가치경영’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가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 자회사 체제로 전환시켰다. 조 회장의 지분율도 지난해 말 75.81%에서 50% 밑으로 떨어졌다. 대주주와 개인 투자자 구분 없이 이들의 이익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조 회장의 신념이 밑바탕이 됐다. 조 회장은 평소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가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하며, 모두 1주의 주식에서 같은 이익을 누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승계를 포기한 대신 주주 신뢰와 내부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수를 놓은 셈이다.

당시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손실은 괜찮다”며 “경영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 제고 방향으로 가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대기업들이 핵심 계열사를 물적분할 하는 등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진행하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다. 조 회장은 이러한 관행에서 벗어나 ‘거꾸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고 지주 중심 경영인 ‘원 메리츠’ 체제의 시작을 알렸다. 

덕분에 메리츠금융의 전반적인 경영 효율이 올라갔다. 김용범 대표이사는 지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증권과 화재가 완전 자회사가 되면서 자본재배분 효율이 개선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원 메리츠’ 출범과 동시에 지주의 연결 순이익 중 50%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메리츠금융은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총 3회에 걸쳐 약 8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3천억원 규모 자사주는 소각했다. 지난 11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자본준비금 감액을 결의해 배당가능이익으로 2조15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김용범 대표이사는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인 주가부양과 관계없고 장기적인 주주이익 최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 규모는) 주가 저평가 수준에 따라 결정되고 올해 회계연도 당기순이익 50% 이상과의 차액 만큼을 현금배당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바라던 시장의 신뢰는 주식투자지표에 어느정도 반영돼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의 연간 총자산이익률(ROA)은 2.42%로 지난해 1.88%보다 0.54%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5.69%로 5.37%p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PBR은 1.29배다.

업계 내부적으로도 조 회장의 경영 전략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 회장은 최근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상에서 경제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수한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일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점과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계열사를 완전자회사 체제로 전환한 점이 모범적 거버넌스의 표상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조 회장은 미국 보스턴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 학사학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첫 회사는 대한항공이지만 이후 한일증권을 통해 금융업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한진투자증권과 동양화재의 사명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로 바꿔 형제자매 중 가장 먼저 한진그룹에서 독립했다.

2007년 메리츠화재와 증권, 종합금융 등 계열사를 기반으로 메리츠금융그룹으로 지주사를 출범시켰다. 2011년 지주사 설립을 위한 본인가를 승인 받았으며 한국거래소에 상장 시켰다.

[비즈트리뷴 = 노이서 기자]